국가별 교육수준과 국민소득, 평균수명 등을 기준으로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하는 남녀평등지수를 보면 대한민국은 2008년 기준으로 179개국 가운데 25위였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WEF)이 세계 134개국을 대상으로 정치, 교육, 고용, 보건 등 4개 분야에서 남녀 간 불평등 상황을 계량화해서 조사한 2010년도 ‘성 격차 지수’(GGI: Gender Gap Index)에서 한국은 104위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15위에서 14위 상승한 것이고, 총 점수가 최근 3년 내 가장 높은 수치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스리랑카(16위), 베트남(72위), 방글라데시(82위)보다도 훨씬 못한 수준이다.

이런 지표들이 함축하는 것은 수치상으로는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양성평등의 실현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남녀 사이에 존재하는 심각한 차별은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대표적인 사회문제 가운데 하나임에 틀림없다. 양성평등이란 여성·남성이라는 성별에 의해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보편적 인간으로 권리를 갖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성별에 따라 고정관념에 구속됨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양성평등은 남성·여성의 구별이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를 제한하게 되는 모든 조건이 극복될 때 실현될 수 있다. 즉 완전한 인권의 실현을 위해 남녀가 동등한 조건을 가질 때만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진정한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공직자들은 정부가 설정한 국가 비전과 국가 목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세부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여기에는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다양한 과제를 발굴하여 실천하는 것이 포함된다. 그런 의미에서 양성평등을 주요 국정과제로 선정한 정부가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정책 형성과 집행의 주체인 공직자의 양성평등 의식과 비전이 매우 중요하다. 다시 말해, “정책형성과 집행에 결정적 영향력을 지니는 공직자의 사회적 책무성은 중요한 것이며, 따라서 이들의 양성평등 의식은 실질적 양성평등에 도달하는 관건이 된다.”

프랑스는 2000년 선거법 개정으로 남녀동수법(La parit'e)을 통과시켜 지방의회 여성 의원의 비율을 10% 미만에서 50% 이상으로 높였다. 여성과 남성이 함께할 때, 정치가 깨끗해지고, 부드럽고 타협적이며 이상적인 공생 가능한 정치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치에서 여성은 남성보다 못하다’는 편견과 왜곡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21세기에 ‘3W 시대의 도래’를 전망하면서 세계화(World), 웹(Web)에 이어 여성(Women)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최근 세계 도처에서 국가 최고 지도자 자리를 놓고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래학자 페이스 팝콘은 ‘이브’(EVE)와 ‘진화’(evolution)의 합성어로 ‘이브올루션’(EVEolution)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브올루션’이란 여성들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비즈니스를 포함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21세기 ‘이브올루션’ 시대의 명제는 명확하다. 양성평등 실현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며, 양성평등 실현 없이 선진화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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