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비정규직 고용 유지 대책 필요” 비판

비정규직(기간제) 여성 근로자는 내년부터 사용자와 합의하면 육아휴직 기간만큼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또 신혼부부는 무주택 기간 제한 없이 국민주택기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배우자가 없는 여성 노인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유족연금 수준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된다.

정부는 10월 26일 국무회의를 열어 제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새로마지플랜 2015)을 확정했다. 지난 9월 시안 발표 후 비판적인 여론을 감안해 보완책을 내놓았다.

2차 계획에는 5년 동안 1차 계획(42조2000억원)보다 79% 늘어난 75조8000억원이 투입된다.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정부 합동 발표에서 “양육 형태에 대한 선택권을 늘리고 결혼과 출산, 양육에 있어 출발선상의 공평한 기회를 주는 것을 목표로 했다”고 말했다.

2차 계획은 저출산 분야에서 결혼 후 5년 이내인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줄이고 비정규직 여성 근로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보완했다. 신혼부부에게 국민임대주택 미임대분 입주 우선권이 주어지며, 근로자·서민 전세자금을 대출받는 소득 요건도 부부 합산 연소득이 3000만원에서 내년부터 3500만원으로 완화된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을 확대하고, 임신·출산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기업에는 정부의 조달 물품 입찰에 가산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를 준다.

2차 계획에는 경로당이나 주민자치센터, 아파트 내 도서관 등 지역사회의 유휴시설을 활용해 공동육아나눔터를 설치하는 것도 새롭게 포함됐다. 고령화 대책으로는 준고령 여성을 대상으로 한 취업 지원 강화와 사이버 멘토링을 통해 전문성을 활용키로 했다.

성장동력 분야에서는 국공립대학 여성 교수의 임용 비율은 지난해 12.8%에서 2015년 16%로 늘리기로 했다. 이밖에 매달 50만원씩 일률적으로 지급되던 육아휴직 급여는 임금의 40%까지 받을 수 있는 정률제로 바뀌고 보육·교육비 전액 지원 대상이 소득 하위 70% 이하로 확대된다.

여성계는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양성평등정책이 필요한데 잘못된 인식에 근거해 ‘엉터리’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여성계는 비정규직 여성들의 노동권을 중심에 두고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와 야 3당은 10월 2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많은 비정규직 여성이 임신 사실을 회사 측에 알림과 동시에 계약 해지 통보를 받거나 단 10%만이 산전후휴가를 사용할 뿐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라며 “일하는 여성 노동자의 70%가 비정규직인 만큼 고용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또 “남성 육아휴직 비율이 1.4%에 불과하다”며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 비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정부 계획으로는 세계적으로 유례 없는 저출산을 해결할 수 없다”며 “보육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은데 정부는 이를 외면하고 오히려 보육 자율화를 실현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은 “친서민 공정사회를 만든다면서 반서민적이고 불공정한 저출산 계획이 들어와 있다”며 “여성 장애인이나 비정규직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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