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이 불편해야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죠”
“내 몸이 불편해야 다른 사람들이 행복하죠”
  • 광주광역시·전남 영암군·전북 전주시=김남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10.29 14:06
  • 수정 2010-10-29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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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불편해야 다른 사람들이 좋아한다.”

호남 지역 여성들에게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다. 이 지역 여성들은 대부분 바지런한 삶을 살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평생 일하며 살고 싶어 했고, 일과 가정을 성공적으로 양립하고자 애쓰고 있다. 특이한 점은 유난히 자기계발에 열심이라는 것. 이들 여성은 대학 졸업 후에도 대학원 진학이나 자격증 취득 등의 방법으로 꾸준히 자신을 ‘재교육’하고 있었다.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기혼 20대부터 30대 초반의 젊은 여성들은 직장 일을 최우선으로 하지만, 아이를 출산하면 한동안은 경력 단절을 각오하고 양육에만 전념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아이가 어느 정도 성장하면 재취업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사춘기나 결혼 적령기의 자녀를 둔 중년 여성들은 양육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자기계발과 사회봉사 등의 대외활동에 열심이었다. 그러나 농촌 지역의 50대 여성은 경제적인 여유와는 상관없이 일손 부족 현상으로 대체 인력을 찾지 못해 고된 노동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황혼기에 접어든 60대의 호남 여성은 “경로는 재밌는 것”이라며 나이 듦에 대한 자신감과 기대감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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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한동안 경력단절 각오하고 양육에만 전념할 것”

호남지역 20~30대 초반의 무자녀 여성들은 결혼 유무에 상관없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는 커리어 우먼이었다. 이렇게 가정보다는 일에 충실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아직 아이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자녀를 출산하게 되면 이후 한동안은 양육을 위해 직업과 경력을 포기할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아이가 보육시설에 갈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면 재취업하겠다는 의지도 강했다. 양육시설의 부재 등 현실적인 한계로 같은 시기에 일·가정을 양립하기는 힘들지만, 일 혹은 가정에 충실할 시기를 나눠 각각의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런 시기들이 합쳐져 인생 전체를 조망했을 때 일·가정이 조화를 이루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광주에서 만난 스물세 살의 성은혜씨는 대학을 졸업한 지 1년이 채 안 된 새내기 직장 여성이다. 현재 광주광역시청소년성문화센터의 전문 강사로, 성교육뿐 아니라 상담 업무도 하고 있다. 그는 “연애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2011년에는 이 분야로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을 갖고 있는 그는 상담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는 “물론 결혼은 할 생각이지만,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계획해서 앞으로 4~5년 후 천천히 하고 싶다. 그때까지는 지금처럼 필드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경력을 쌓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혼은 했지만 아직 아이는 출산하지 않은 예비 맘들에게도 현재 인생의 최대 관심사는 ‘일’이다. 유치원 교사인 김용경(27)씨는 자신을 “워낙 일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담임을 맡고 있는 반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더 배우고 잘 자라게 하기 위해 항상 무리라고 생각될 만큼 노력한다”고 전했다. 현재 임신 5개월에 접어든 그는 가장 안정을 취해야 할 임신 초기에도 아이들과 1박2일의 캠프를 다녀올 만큼 열정적으로 일한다. 그는 “담임교사를 맡고 있기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긴 했지만, 아이가 잘못될까 내심 걱정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렇게 누구보다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여성들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이를 위해 한동안 경력이 단절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앞선 설문결과(여성신문 1100·1101호)에서 가정의 평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라고 하면 ‘절대 못 하겠다’는 응답이 전국 중 가장 낮은 비율(전국 8.3%, 호남·제주 3.5%)로 나타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결혼 1년차로 임신을 기다리고 있는 강영은(31)씨는 “일은 평생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가 생기면 어느 정도 기간까지는 곁을 지켜주고 싶다. 아이가 바르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엄마와의 유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는 의견이다.

이렇게 아이에 대해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호남 여성들은 이를 무조건적인 희생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책임’으로 여기고 있었다. 강영은씨는 “가정의 평안도 나의 행복을 구성하는 주요 요소기 때문에 양육도 당연히 해야 할 몫이다. 더구나 아이를 낳았으면 그 아이가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부모로서의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에게 전업주부로서의 삶은 어디까지나 ‘과정’일 뿐이다.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겨도 될 때쯤에는 재취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이를 위해 각종 교육을 받고 현재 직장에서 최상의 커리어를 쌓으려 노력하고 있다.

성은혜씨는 “한동안 일을 쉬게 되면 업무 능력도 저하되거나 감을 잃게 될까 걱정이다. 하지만 아이는 인생의 한 부분일 뿐 전체가 아니므로 항상 다시 일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는 각오다. 더불어 “경력 단절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이는 쌍둥이를 낳아 한 번에 기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농담 섞인 희망사항을 건네기도 했다.

내년 초 출산 예정인 유치원 교사 김용경씨도 출산휴가는 한 달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퇴직이나 파트타임직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현재 몸담고 있는 유치원에서 지난 3년간 사립유치원 평가인증제를 준비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냈다. 동료 교사들은 인증제 심사가 끝나면 조만간 교사들의 처우도 상당 부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퇴직을 고려 중인 김씨에게는 다른 나라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는 “고생은 다 같이 했는데 나는 그 혜택을 보지 못할지도 몰라 조금 서운하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가 더 중요하기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양육으로 인한 경력 단절 문제는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는 이들 예비 엄마에게도 일을 그만두면 당장 닥칠 가계의 재정난은 걱정거리다. “욕심 같아서는 넷은 낳고 싶다”고 말하던 예비 다자녀 부모 김용경씨. “남편이 외아들이어서 외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봤기에 될 수 있으면 아이를 많이 낳고싶다”면서도 “그러나 양육비와 교육비가 만만치 않아 걱정이다. 둘만 낳아 잘 키워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30~40대 기혼 여성 “지금이 황금기…‘제2 인생’ 위해 진땀”

청소년기에서 미혼 성인의 자녀를 둔 30대 후반에서 40대의 호남 여성들은 젊은 날 육아 때문에 포기했던 경력을 다시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각종 자격증과 학위 취득 등으로 자기계발을 함은 물론이고, 사회봉사 활동과 취미생활까지 열심이다. 이들은 “지금이 인생의 황금기”라고 입을 모은다.

취업설계사 박금희(39)씨는 “나의 하루는 40시간”이라고 말한다. 가사일과 직장일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슈퍼맘 박금희씨는 틈틈이 방송통신대학의 유아교육과 교육을 받아 현재 졸업을 앞두고 있다. 또 POP, 동화구연, 워드프로세서, 웃음치료, 요양보호 등의 교육을 받으며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는 노래강사 자격증 과정도 이수하고 있다. 고2, 중2의 자녀를 둔 그는 “이제 아이들도 다 자라 내 손길이 별로 필요 없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고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 내년부터는 주택관리사, 직업상담사, 사회복지사 자격증에도 도전해볼 예정”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월간지 ‘금호문화’의 편집장인 정명혜(48)씨도 끊임없이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결혼 후 언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것은 물론이고, 2002년에는 다시 유아교육학에 도전해 학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도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 재학 중으로 3개 분야의 학위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의 생체학적 나이는 중년에 접어들었지만 자기계발에 대한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는 50세 이후의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정명혜씨는 “지금까지는 50세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이 자양분을 가지고 100세까지 보람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는 점에는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박금희씨는 “얼마 전 아들이 넘어져서 영구치가 깨지는 부상을 입었는데, 당시 중요한 행사에 참석 중이라 전화를 받지 못해 바로 달려가지 못했다”며 “내가 아프면 약을 먹고 치료하면 되지만, 아이가 아프면 곁을 지켜주는 것밖에 도리가 없어서 항상 죄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정명혜씨는 도서관에 갈 때마다 미국 유학 중인 딸에게 ‘엄마 도서관에 놀러왔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그는 “열심히 살고 있는 엄마의 일상을 들려주는 것이 백 마디 충고나 잔소리보다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정과 일이 인생의 최우선이었던 이들의 관심은 중년을 지나면서 이제 사회로 확장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이웃과 더불어 사는 노후’를 꿈꾼다고 말했다. 특히 정명혜씨는 노후에 명상마을을 운영하는 것이 꿈이다. 그는 “틱낫한(베트남 출신의 스님으로 명상가이자 평화운동가, 시인 등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스님이 프랑스에 ‘프럼 빌리지’라는 명상마을을 운영하신다는 말을 듣고 이런 꿈을 꾸게 됐다. 생계를 유지할 정도의 수입을 내면서도 마음이 맑은 사람들과 더불어 봉사하며 지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명상마을 운영을 위해 침뜸 요법사, 레크리에이션 강사, 웃음치료사 등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현재는 다문화가정 상담사 과정까지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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