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른 아침 목욕탕

양치질을 하는 나를 보고 서연이는 어느새 옆에 와서 자기도 하겠다고 칫솔을 달란다. 뽀로로가 그려진 아기 칫솔을 손에 쥐여 주자 입에 넣곤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하면서 치아를 닦는 시늉을 한다. 그러더니 치약을 가리키며 자기 칫솔에도 치약을 묻혀 달란다.

치약을 들어 서연이 칫솔에 묻히는 시늉을 했더니 손사래를 친다. 뚜껑을 열고 치약을 묻히는 둥 마는 둥 하곤 서연이 손에 칫솔을 다시 쥐여 줬다. 그제야 만족한 듯 입을 함박만 하게 벌려 웃곤 다시 칫솔질을 시작한다. 엄마와 딸이 나란히 서서 ‘치카치카~’ 칫솔질을 한다.

#2 아침식사

숟가락질도 제대로 못하는 서연이가 젓가락을 달라며 떼를 쓴다. “서연아, 젓가락은 찔린단 말이야. 아야 해~ 네 숟가락하고 포크로 먹어~.” 아무리 달래도 엄마처럼 젓가락질을 하고 싶단다. 끝이 뭉툭한 나무젓가락 한 개를 주자 그게 아니란다. 나무젓가락 두 개를 주자 한손으로 들곤 신나서 제 밥그릇을 ‘콕콕콕~’ 찍어본다.

#3 화장대 앞

스킨을 바르고 로션을 바르고 화장을 하는 나를 보던 서연이, 얼른 거실로 달려 나가더니 자기 로션을 가리키며 달란다. 아기 로션을 손에 살짝 묻혀줬더니 두 손을 뺨에 대곤 ‘톡톡톡~’ 바른다. 그러곤 서랍장을 열어 스타킹을 꺼내주며 신으란다. 핸드백도 제 팔에 걸곤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신겨달라며 외출 준비를 서두른다. 서연이는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면서 따라하기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의 거울’이라는 말이 맞다. 서연이도 엄마인 나를 보며 행동 하나하나를 거울처럼 똑같이 흉내 낸다.

친구 딸은 민족사관고에 다닐 정도로 공부를 잘한다. 그 아이가 어렸을 때 부부가 박사학위 준비 중이라 늘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단다. 그랬더니 책읽기가 습관이 되고 스스로 공부하는 게 자연스러웠단다.

우스갯소리로 운전을 난폭하게 하는 자동차를 보면서 아이가 “아빠, 저 아저씨 ×새끼지” 했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아이를 제대로 키우려면 가정뿐 아니라 사회가 건강해야 한다.

범죄를 저지르는 아이들의 나이가 더 어려지고 폭력 수준도 심각하다. 심지어 얼마 전 부모의 꾸지람에 14세 소년이 집에 불을 질러 일가족을 죽게 한 일이 있지 않은가.

아이 키우기가 두렵다. 대문 밖으로 나가면 너무나 험한 말들과 위험한 요소가 쌓여 있다. 그렇다고 아이를 가둬놓고 키울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내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결국 건강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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