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과 미래 한국
개헌과 미래 한국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5.12.25 21:48
  • 수정 2015-12-25 2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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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과 개헌을 매개로 한 ‘빅딜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의 확산으로 한때 주춤했던 개헌론이 다시 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재오 특임장관은 “여야가 합의하면 일정상 올해 개헌안을 발의하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개헌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도 최근 “17대 국회 당시 6개 정당의 원내대표들이 개헌 문제는 18대 국회 초반에 처리하기로 합의문에 서명했다”면서 “지금 와서 ‘이미 늦었다’며 넘어가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강조했다. “올해 안에 국회 개헌특위를 구성하지 못하면 개헌은 안 된다고 본다”고도 말했다.

1987년에 제정된 현행 6공화국 헌법의 개정을 주장하는 개헌론자들은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권력의 과도한 집중, 레임덕으로 인한 국정 후반기 동력 상실, 장기적 국가발전 제한 등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방선거의 주기가 일치하지 않아 매년 선거를 치러야 하고 이로 인한 빈번한 여소야대의 출현으로 정국 불안정을 가속화시킨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개헌을 바라보는 정치권과 국민의 시각은 여전히 이중적이다.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지금은 개헌을 추진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국민은 개헌에 관심이 없고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은 개헌이 정략적으로 추진될 수 있는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친이 주류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은 ‘박근혜 죽이기’라고 단정 짓는 분위기다.

87년 민주화 이후 개헌론은 ‘집권 3년차 증후군’으로 불릴 만큼 정권마다 줄기차게 제기됐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개헌론에 경험적 법칙이 존재한다. 청와대가 주도하거나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가 반대하거나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없으면 개헌은 불가능하다는 법칙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8·15 경축사에서 개헌에 대한 국회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최근 청와대는 “개헌은 청와대나 정부가 주도해선 안 되며, 그럴 생각도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물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끝난 뒤 개헌론의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여권 일각의 섣부른 접근으로 추동력을 잃은 개헌론이 탄력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더구나 친박계가 “특정인, 특정 정파가 주도하는 개헌은 성사될 가능성이 없다”고 못을 박았고, 민주당 손학규 대표도 “현행 헌법에만 충실해도 권력 집중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따라서 개헌론은 확산되기보다는 급격히 소멸될 가능성이 크다. 국가의 기본 틀인 헌법을 개정할 때는 백년대계를 바라보며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적극 반영해야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받을 수 있다. 권력구조 개편이나 선거주기에만 초점을 맞추는 원 포인트 개헌이 국민으로부터 외면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력구조를 바꾸면 국정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선진화될 수 있다는 논리로는 제도 만능주의의 덫에 빠지기 쉽다. 최소한 개헌을 통해 한국 사회의 발전을 담보하려면 양성평등 실현, 실효성 있는 지방분권 체제 구축, 한반도 통일 등과 같은 미래 가치와 비전에 대한 치열한 논쟁과 이를 토대로 한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헌법은 단순한 문서로 간직되는 것이 아니라 정신으로 작동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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