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와 파훰의 죽음
톨스토이와 파훰의 죽음
  • 문용린 / 서울대 교수(교육학), 전 교육부 장관
  • 승인 2010.10.22 11:04
  • 수정 2010-10-22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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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사건들은 모두가 과도한 소유욕 때문이 아닌가
톨스토이(1828~1910)는 주옥 같은 불후의 장편소설을 많이 남겼지만,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주는 단편도 꽤 여럿 있다. 그 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입에서 회자되는 최고의 단편은 아마도 소유욕에 대한 교훈을 다룬 파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 단편소설의 제목은 좀 길다.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토지가 필요한가?’

이 소설의 주인공은 파훰이라는 러시아 시골의 가난한 농부다. 그는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찢어지게 가난하기만 했다. 그의 간절한 꿈은 자기 소유의 땅을 가져보는 것이었다. 일꾼으로 남의 일을 열심히 거들어준 덕에 어느 정도 돈이 모이자, 파훰은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한 땅을 사려고 마음먹는다.

볼가 강을 건너면 땅 값이 싸다는 소릴 듣고 그는 강을 넘어가 살 만한 땅을 찾는다. 어느 날 귀가 번쩍 뜨이는 소문을 듣게 된다. 옆 마을의 땅 부자인 한 촌장이 넓은 경작지를 말도 안 되는 아주 파격적인 싼 값에 팔겠다는 제안을 했다는 것이다.

파훰은 물론 그 촌장을 찾아간다. 소문대로 촌장은 믿기 어려운 제안을 한다. 단지 1000루불만 내고 가지고 싶은 만큼 토지를 마음껏 가지라는 것이었다. 촌장은 말했다. “1000루불만 내시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넓은 땅 저 쪽까지 달려가서 이 막대기를 묻어 표시하고 오시오. 그 안의 땅은 모두 당신의 것이 될 겁니다. 단, 조건이 하나 있소. 해가 뜨는 아침에 떠나서, 해가 지기 전에 꼭 돌아와야 하오. 해가 진 후에 도착하면 모든 게 무효가 될 것이오.”

이튿날 아침 파훰은 막대기와 삽을 어깨에 메고, 해가 뜨자마자 초원을 향해 곧장 달려나갔다. 달려가서 표시하는 만큼 땅이 자기 것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그를 계속 뛰게 만들었다. 정신없이 달려가서 하늘을 보니 태양이 머리 위에 걸려 있었다. 그가 출발한 곳을 뒤돌아보니 점같이 멀어 보였다. 이제 그만 되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조금만 더 가면, 더 좋은 땅이 자기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차마 멈출 수가 없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그는 계속 앞으로 나갔다.

그러다가 해가 서쪽으로 상당히 기운 후에야 그는 “아차!” 하는 생각이 들어 뜀을 멈추고 구덩이를 파고 첫 번째 막대기를 세웠다. 그리고 왼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또 얼마만큼 열심히 뛰어갔다. 한참을 달린 후 구덩이를 깊게 파고 두 번째 막대기를 세웠다. 여기까지가 내 땅이라는 표시를 단단히 해둔 셈이다. 그러고는 방향을 바꿔 아침에 떠난 출발점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서쪽에 지는 해 때문에 그의 그림자가 벌써 꽤 길어지고 있었다.

파훰은 온 힘을 다해 뛰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고, 숨이 차올라서 호흡하기조차 힘들었다. 해는 이미 거의 기울어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파훰이 촌장 앞에 도착했을 때, 파훰은 기진맥진했다, 거의 쓰러질 듯 휘청거리며 몸을 가누려고 애쓰는데 촌장이 그의 귀에 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파훰, 정말 장한 일을 했소. 이제 저 넓은 땅이 모두 당신 것이오.” 그러나 파훰은 촌장의 말을 들을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몸은 아직 따뜻했지만, 이미 숨을 멈춘 뒤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톨스토이의 청빈과 금욕주의적 사상을 담고 있다. 인간 속에 내재한 욕심과 탐욕의 본체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의 일생이 보여주듯 톨스토이는 청빈과 금욕을 예찬하면서도, 세속적 쾌락과 참여에 대한 강한 욕심과 집착을 갖고 산 사람이었다. 그 두 개의 상반된 지향성 때문에 그의 삶은 복잡했고 힘들었고 고통스러웠다. 두 개의 상반된 욕구 사이에서 흔들렸기에 그의 부인 소피아로부터 위선자란 소리도 들었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서 울려오는 청빈과 금욕에 대한 끈질긴 미련은 마침내 그로 하여금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탐욕에 예리한 비판의 칼날을 겨누게 만든다. 톨스토이가 마지막으로 전하는 메시지는 욕망을 절제하라는 것이다. 재산에 대한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말년에 그가 피력한 생활신조는 소유욕의 제압이었고, 이 신조는 재산과 저작권의 포기로 이어지고, 마침내 그는 그가 평생에 걸쳐 이룩한 책들에 대한 판권 수입의 포기를 선언한다. 가족, 특히 그의 부인 소피아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친다. 마침내 그는 소유에 대한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노구의 아픈 몸을 이끌고 가출한다. 그러고는 결국 끝내 귀가하지 못하고, 어느 시골 역사(驛舍)에서 외롭게 숨을 거둔다. 파훰처럼.

그러나 파훰과는 아주 다른 죽음이다. 파훰은 소유에 대한 과도한 욕심에 치여 죽었지만, 톨스토이는 소유의 욕심을 제압하고 청소해 내려 한 용기 있는 죽음이었다.

소유에 대한 과도한 욕심이 극성을 부리는 사회다. 요즈음 신문과 방송, 인터넷을 어지럽히는 불행한 사건들은 결국 모두가 과도한 소유욕 때문이 아닌가. 이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교훈은 역사 속에 가득하건만, 이것을 교훈으로 새겨듣는 사람들이 너무 적은 세상이라 안타깝다. 톨스토이와 파훰의 교훈이 새롭게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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