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내 오랜 마음의 껍질을 벗겨내리라”
“길 위에서 내 오랜 마음의 껍질을 벗겨내리라”
  • 한승연 / 걷는 작가, 자유기고가
  • 승인 2010.10.22 10:55
  • 수정 2010-10-2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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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줄을 세우는 이 사회에 지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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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 내가 이번 여행에 부여한 의미다. 굳이 부연 설명을 하자면 내 나이 서른 하고도 일곱. 아무리 우겨도 삼십대 후반! 삼십대 이후의 여성은 오직 골드미스와 아줌마로 구분 짓는 대한민국에서 나는 그나마 은이나 구리도 아닌 납(Pb)미스 정도랄까. 취미생활로 탱고도 춰보고 요리학원도 다녀봤지만 대한민국에서 서른일곱의 여자는 어딜 가나 애매모호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다.

- 결혼은…하셨죠?

- 아니요.

왜들 그렇게 남의 결혼에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결혼의 유무와 나이만으로 나에 대한 관심 정도를 조정한다. 서른 후반의 싱글녀는 관심0%, 결혼 안 한 여성은 사회성결핍장애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고립된 의식의 틀 밖으로 나가 자유롭게 숨 쉬고 싶다는 생각의 끝에 결심한 여행. 그 첫 목적지로 스페인 북부를 가로지르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기로 마음먹었다. 종교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걷는 것이라면 누구보다 자신 있고, 무엇보다 언젠가 책에서 본 산티아고 순례길의 그림 같은 사진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여행의 목표는 돌아오지 않는 것! 90일 비자로 영원을 꿈꾸는 것이 우습지만 가능하면(!) 돌아오지 않는 것이 목적이었기 때문에 출발 전 신용카드 대금을 모두 내고 그동안 미뤄오던 장기기증서약을 한 후 방을 깨끗이 정리했다. 마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서른 일곱 해, 대한민국은 충분히 겪을 만큼 겪었다고 생각했고 직업, 배경, 학벌, 그밖에 가능한 모든 것을 이용해 위에서 아래로 줄을 세우는 이 사회에 지쳐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6월 인천공항을 떠나 스페인 마드리드로 출발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꽤 많은 루트가 있지만 모든 길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Santiago de Compostela)를 향한다. 그 중 가장 유명한 프랑스 길(약 800㎞)은 프랑스 국경에 인접한 생 장 피드 포르(St. Jean Pied de Port)라는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다. 보통 프랑스 파리에서 기차를 타고 가는 방법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팜플로나를 거쳐 가는 방법이 있는데, 나는 마드리드에서 출발해 스페인 북부 몇몇 도시를 돌아보고 프랑스 바욘(Bayonne)을 거쳐 생 장 피드 포르로 들어갔다.

미리 알아본 바와는 달리 바욘에서 생 장 피드 포르까지 기차가 없어 버스를 타야 했다. 오후 7시쯤 생 장 피드 포르에 도착. 성곽에 둘러싸여 있는 작고 예쁜 마을 안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순례자들이 넘쳐났다. 우선 순례자 사무실에 가서 크리덴셜(Credential: 순례자 여권)을 사고 알베르게(Albergue: 순례자 숙소)를 소개 받았다. 짐을 풀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와 보니 레스토랑마다 순례자들이 가득했다. 아직 시간이 일러 마을 한 바퀴를 돌아보고 마을 어귀를 돌아봤다.

성곽 주변을 좀 걷다가 공동묘지가 있기에 조심스레 들어가 보니 몇백 년이 지난 묘비에서 최근의 묘비까지 모여 있었고 아직 채 시들지 않은 꽃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도 볼 수 있었다. 낯선 누군가가 흙이 되어 누워있는 이곳에 내가 서있다는 사실은 수백 년의 시공이 한순간에 오버랩 되는 듯한 묘한 느낌을 주었다. 이 무한한 우주의 저 밖에서부터 은하계-태양계-지구-아시아-대한민국 순서로 쭉쭉 줌인(zoom-in) 해서 들어오면 먼지처럼 작고 보잘것없는 내가 보일 테지.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움직여야 그나마 지구 안에 몇몇 나라들을 돌아볼 수 있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분주하다. 낯선 시작에 불안했던 마음도 어느새 설렘으로 바뀌고 곧 찾아올 내일이 가슴 떨리게 기다려진다.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순간들을 오롯이 몸으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오늘 밤 나는 내 오랜 마음의 껍질을 벗겨내리라. 나도 모르게 경건해지는 마음을 가뿐하게 추슬러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슬슬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마을에 하나둘 불이 켜지고 이미 한 차례 사람들이 지나간 식당들이 문 닫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둘러 빈자리에 앉아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알베르게로 돌아와 서늘한 침낭 속에 몸을 뉘었다. 온 동네가 떠나갈 듯 개가 짖고 옆 사람의 작은 뒤척임에도 눈이 떠지는 엷은 잠결 속에서도 선물처럼 다가올 내일을 위해 바쁘게 잠을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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