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지난 서연이의 발육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 의사는 서연이 얼굴을 보곤 혈색이 좋아 아이가 건강할 것 같다며 꼼꼼하게 체크했다. 빈혈도 없고 키, 몸무게가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큰 정도로 건강하고 발육이 아주 좋다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밤중에 젖을 물리고 자면 치아를 상하게 할 수 있으니 단호하게 젖떼기를 하라는 것이다. 물론 젖은 두 돌까지 간식처럼 하루 두 번쯤 먹여도 좋지만 잠 잘 때는 안 된다는 것이다.

며칠 밤을 고생하며 한밤중에 우는 서연이를 모른 척하며 억지로 밤중 수유를 끊었다. 그러고 나니 서연이는 중간에 젖을 먹기 위해 깨지 않고 아침까지 잘 잤다.

내가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부턴 젖을 완전히 떼야 했다. 서연이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젖을 찾아 내 옷 속에 손을 넣고 뒤적거리고, 졸리거나 마음 상한 일이 있거나 할 땐 내 품에 폭 안겨들곤 한다. 젖을 물리지 않으면 막무가내로 조르고 징징거리기 일쑤였다.

평생을 살면서 엄마 젖을 독점(?)할 수 있는 때는 기껏해야 1~2년이다. 그 기간이 아이가 엄마 젖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셈이다. 억지로 젖떼기를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약해졌다. 그래서 지금까지(만15개월) 서연이가 원할 때는 젖을 물리곤 했었다. 

젖을 떼기 위해 준비가 필요했다. 일주일 정도 서연이가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이제 다음 주부터는 엄마 쭈쭈와 안녕하는 거야. 알았지?” 하고 세뇌(?)를 시켰다.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부터 단호하게 젖떼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울고불고 보채고 발버둥을 쳤다. 마음이 약해지는 걸 다잡으며 서연이에게 “엄마 쭈쭈 아파” 하며 우는 시늉을 해보였다. 서연이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뭔가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곤 슬며시 젖을 찾던 손을 내려놓곤 내 무릎에서도 내려가는 게 아닌가. 사흘 정도 서연이는 엄마 젖을 아쉬워하며 아침저녁으로 내 가슴을 만졌지만 더 이상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젖을 떼기 시작했다.

문제는 나였다. 젖을 물리지 않으니 뒤늦게 젖이 불어 젖 말리는 약을 처방해 먹어야 했다. 아이에게 젖을 물리지 않으니 뭔가 허전하고 서운했다. 이유(離乳)라는 것이 단순히 젖을 떼는 문제만이 아니라 이제부터 엄마로부터 떨어져서 온전히 혼자 살아갈 준비를 하는 것이리라. 엄마 품을 떠나는 연습의 제1장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부모로부터 온전한 독립을 할 수 있을까. 언제나 부모 품을 떠나는 연습을 하지만 완전한 독립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청소년기에는 부모에게 반항도 하고 심지어 가출하면서까지 부모로부터 탈출(?)하고 싶어 한다. 어른이 되면 독립하든 결혼하든 어느 시점이 되면 부모로부터 떨어져 나가 독립된 개체로 살게 된다. 

몸은 비록 떨어져 있어도 정신적으로는 부모를 의지하게 된다. 부모는 자식의 든든한 버팀목이고 비빌 언덕이다. 나 역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지만 부모로부터 온전히 독립하지 못하고, 이유기를 겪고 있다. 일을 한다는 핑계로 부모님 옆에서 살면서 육아를 의지하고 있지 않는가.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아 다시 친정으로 들어간 기분이다. 나는 언제쯤 부모로부터 완전한 이유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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