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연이어 내한…화제의 뮤지컬도 잇따라
늦가을과 연말은 화려한 공연이 이어지는 ‘공연 성수기’다. 특히 올해에는 유난히 해외 오케스트라들이 연이어 한국을 찾았던 분위기를 이어, 11월에는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들이 차례로 내한할 예정이라 클래식 애호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국내에서 기획된 대형 뮤지컬들의 소식도 풍성하다. 그만큼 관람 수요가 높아 좋은 공연을 보려면 사전 예매는 필수다.
클래식 분야에서 굵직한 공연이 많았던 한 해다.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가 이끄는 노르웨이 챔버 오케스트라부터 파보 예르비와 내한한 프랑크푸르트 방송 교향악단, 리처드 용재 오닐과 협연한 런던 필하모닉까지 세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들이 차례로 내한했다. 연말에도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이스라엘 필하모닉’ ‘클리블랜드’ 등 세계적인 오케스트라가 연이어 한국을 찾는다. 러시아 최고의 발레단인 ‘마린스키 발레단’ 공연도 한국 관객과 만난다.
122년 전통을 자랑하는 네덜란드의 국보급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허바우는 11월 12, 13일 이틀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선보인다. 이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빈 필, 베를린 필을 제치고 세계 음악계의 권위 있는 잡지인 영국 그라모폰지가 선정한 세계 최고 오케스트라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선 얼마 전 심장 수술을 마치고 복귀한 현역 세계 최고 지휘자 중 한 명인 마리스 얀손스가 지휘를 맡아 차이코프스키, 멘델스존, 브람스 등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사한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호흡을 맞출 연주자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길 샤함으로 알려져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48년 건국한 이스라엘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지닌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936~)도 내한한다. 이스라엘필은 레너드 번스타인, 주빈 메타, 게오르크 솔티, 라파엘 쿠벨리크 등 세계적인 지휘자를 통해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로 성장했다.
세계의 빅10 오케스트라 중 하나로 손꼽히는 미국의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도 한국에 온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는 1946년 조지 셀이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후 명문 악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유럽적 색채를 지닌 미국 오케스트라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에서 베토벤의 교향곡 제3번 ‘영웅’과 브루크너 교향곡 제7번을 연주한다. 오스트리아인으로 최근 빈 국립 오페라 음악감독을 지낸 지성파 지휘자 프란츠 벨저 뫼스트가 지휘를 맡는다.
‘세계 발레의 살아있는 역사’로 불리는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도 11월 9~14일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 2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린스키 발레단은 볼쇼이와 함께 러시아 발레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밴쿠버 올림픽 폐막 공연에도 출연해 우리에게 친숙한 세계 최고의 발레리나 울리아나 로파트키나가 출연한다.
고전발레의 최고봉 ‘백조의 호수’뿐 아니라 낭만주의 발레의 대명사 ‘지젤’을 마린스키 내한 역사상 처음으로 선보여 기대를 모은다. 이들 레퍼토리에는 마린스키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젤’은 마린스키 극장 초기에 유럽에서 가져와 최초로 러시아 스타일로 완성한 작품. ‘백조의 호수’는 러시아 작곡가와 안무가에 의해 마린스키 발레를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은 명작이다.
국내 기획 공연으로는 대형 뮤지컬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창작극보다 브로드웨이 등 해외에서 검증 받은 작품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를 예정. 특히 화려한 무대를 자랑하는 브로드웨이 정통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와 코미디 뮤지컬의 진수를 보여줄 ‘넌센세이션’, 소극장 뮤지컬의 파워를 보여주며 선전 중인 ‘쓰릴 미’가 기대작으로 꼽힌다.
11월 21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 씨어터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제작 설앤컴퍼니)는 최성희(바다), 박상원, 박해미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정통 브로드웨이 스타일의 뮤지컬로 볼거리가 풍성해 지난해 여름 공연에서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특히 주인공 최성희가 펼치는 경쾌한 탭댄스 장면은 작품의 백미다.
공연 배경은 1930년대 대공황 시절 브로드웨이의 중심가인 42번가. 열정의 무명 배우 코러스 걸 페기 소여가 우여곡절 끝에 브로드웨이 스타로 탄생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담았다.
수녀들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담은 ‘넌센스’(연출 최성신, 제작 샘 컴퍼니)의 라스베이거스 버전인 뮤지컬 ‘넌센세이션’도 공연을 시작한다. 11월 18일부터 내년 1월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열린다. 경건하고 금욕적인 생활을 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수녀들이 카지노 불빛 휘황찬란한 도회지에서 그동안 감춰왔던 마음속 꿈을 만나는 내용이다.
양희경, 이태원, 이혜경, 홍지민, 김현숙 등 만만치 않은 내공의 베테랑 여배우들이 호흡을 맞춘다. 정통 뮤지컬 배우들은 재치 있는 애드리브와 익살스런 연기로 관객들에게 코미디 뮤지컬의 진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소극장 뮤지컬 사상 최단 기간, 최다 관객 동원 기록을 세운 뮤지컬 ‘쓰릴 미’(연출 이종석, 제작 뮤지컬해븐)는 5개월여 흥행 신화를 뒤로하고 11월 14일 215회를 마지막으로 폐막한다. 공연은 1924년 시카고를 떠들썩하게 했던 흉악한 전대미문의 유괴 살인사건을 소재로 만든 심리극으로 서울 신촌 더 스테이지에서 열리고 있다.
공연은 두 명의 남자배우가 극을 이끈다. 동성애와 유괴 살인이라는 뮤지컬에선 보기 힘든 파격적 소재를 담고 있다. 이지훈, 김재범, 최재웅, 최지호, 김무열, 오정혁, 지창욱 등 출연 배우들이 이 뮤지컬을 통해 스타의 입지를 확고히 하거나 떠오르는 신예로 거듭났다. 10월 4일 기준으로 5개월여 만에 4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관람해 명실상부한 ‘소극장 뮤지컬의 제왕’으로 떠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