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공감할 수 있는 개그로 평생 무대 서고파
급진적 페미니스트 여당당(여자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 김영희 대표의 외침에 객석에서는 여성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온다. 가부장적인 정치인 남하당(남자는 하늘이다) 박영진 대표의 “어디 여자가 감히 운동이냐, 그럴 시간 있으면 소나 키워라”는 억지 주장에 대한 통쾌한 일침이다. 여당당과 남하당이 남녀 입장을 대변해 설전을 펼치는 ‘두분토론’은 ‘개그콘서트’ 최고의 인기 코너다.
당초 이 코너가 기획될 당시에는 토론자들이 모두 남성이었다. 김영희(27)씨는 선거철에 홍보를 돕는 아줌마 역할의 단역이었다. 그런데 공채 오디션 때 김씨의 아줌마 연기를 유심히 본 김석현 PD가 그를 주역으로 발탁했다. 지난 4월 공채에 합격한 신인 개그맨으로선 이례적인 일이었기에 처음에는 부담이 컸다.
그는 함께 고생하는 동료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베테랑 선배들 사이에서 연기하는 것도, 2분이나 되는 긴 대사를 쉼 없이 해야 하는 것도 힘들었어요. 하지만 의기소침해질 때면 박영진, 김대성, 김기열 세 선배가 ‘자신감 회복 프로젝트’라며 맛있는 밥 사주고 영화도 보여주며 위로해 준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성차별을 개그 소재로 사용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두분토론’은 남녀가 한 가지 사안을 놓고 토론을 벌이는 성대결을 본격화한 첫 개그 코너로 꼽힌다. 일각에선 “남성과 여성이 공정한 경쟁 상대가 된다는 인식이 확대됐기에 나올 수 있었다”고 평가한다. 그렇기에 더욱 김씨는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고 한다. 그는 “가끔 박영진 선배가 여성 비하적 발언을 했다고 비판받으면, 내 연기가 부족했던 게 아닌가 반성한다.
박 선배는 고지식한 옛날 사람이라는 설정 때문에 그런 연기를 하는 것이고, 이를 비꼬고 꼬집는 게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너 못생겼어~.”
인터뷰 도중 우연히 이 말을 들은 선배 개그맨 김병만씨가 장난스레 농담을 던졌다. 그러더니 이내 진지한 표정으로 “영희는 재능은 물론이고 개그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갖췄다. 연기력이 뛰어나 희극배우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며 칭찬했다. 실제로 김씨의 뛰어난 코미디 표현력은 ‘두분토론’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능청맞은 연기가 큰 웃음을 선사한다.
또 “엄마는 제2의 찰리박(가수 전진의 아버지)을 꿈꾸는 분”이라며 “개그맨 장동민 선배의 아버지가 TV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하시는 것을 보시고 ‘나는 아침잠이 많으니 아침 방송은 잡지 마라’고 하셨을 정도”라며 웃었다. “팬들이 지겹다고 밀어내지만 않으면 언제까지나 개그우먼으로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웃음을 선사하는 개그를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두분토론도, 김영희도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