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때문에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행복’ 때문에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0.10.15 11:27
  • 수정 2010-10-15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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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최윤희씨의 모습.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38세 때 대기업 카피라이터로 발탁돼 현대방송 홍보부 부국장까지 승진했던 그의 인생 역전 이야기는 자신감 결핍과 충족되지 못한 사회적 욕구로 갈등하던 여성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99년 여성신문을 통해 신주부 운동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여성신문에 ‘파란 창’ ‘희망편지’ 등 ‘초긍정’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생전 최윤희씨의 모습. 평범한 전업주부였던 38세 때 대기업 카피라이터로 발탁돼 현대방송 홍보부 부국장까지 승진했던 그의 인생 역전 이야기는 자신감 결핍과 충족되지 못한 사회적 욕구로 갈등하던 여성들로부터 열렬한 호응을 받았다. 99년 여성신문을 통해 신주부 운동가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하면서 여성신문에 ‘파란 창’ ‘희망편지’ 등 ‘초긍정’ 칼럼을 연재하기도 했다.
“행복도 굴레가 될 수 있을까.” 최근 우리 사회를 놀라게 한 한 스타 강사 부부의 죽음을 보며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다.

지난 7일 오후 집에서 가까운 한 모텔에서 남편과 함께 동반 자살한 최윤희(63)씨는 TV나 강연을 통해 그를 알던 대중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그의 이름 앞에 늘상 따라다니는 ‘행복 전도사’ 혹은 ‘행복 디자이너’란 정체성 때문이다. 한국의 자살 사망률이 10년 새 50%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 OECD 국가 중 선두를 달린다는 뉴스는 접해봤지만 설마 ‘초긍정’으로 “‘자살’을 뒤집으면 ‘살자’가 된다”고 외쳤던 최씨가 그런 결말을 선택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대중 기대 탓에 약한 모습 스스로 용납 못 해”

무엇보다 기자의 폐부를 찌른 것은 유서 한 귀퉁이에 쓰여 있는 “능력에 비해서 너무 많은 일을 하다보니 밧데리가 방전된 거래요”란 한 구절이었다. 타인에겐 그토록 ‘행복할 권리’를 설파했건만 정작 자신은 내색 한 번 못하고 제대로 돌보지도 못한 채 스스로를 방치해버린 셈이다. 주변의 기대를 많이 받는 여성들이 쉽게 빠질 수 있는 ‘덫’이기도 하다.

한국상담대학교대학원 이혜성 총장은 “고인의 경우, 행복 강박증으로 자살에 내몰린 것 같아 안타깝다”며 “남의 어려움을 먼저 도와주다보니 오히려 자신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의식하고 반응하는 것이 늦어졌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치유할 시기를 놓쳤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여기에 “여성이기에 특히 감정을 잘 참아내고 인내하며 순응하는 데 태생적으로 익숙해져 있었던” 것도 이번 비극의 한 원인으로 봤다.

그는 최씨가 생전에 우울증으로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 것에 대해 “몸의 통증과 우울증은 따로가 아닌 함께 가는 것이며, 어느 것이 더 우선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몸이 아프기 때문에 우울해지고 우울하기 때문에 몸이 더욱 아파진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에서 직장인 상담을 하고 있는 이상희 박사(상담심리학)는 최씨가 “‘행복’ 상태에 이른 것만 너무 강조”해 온 것도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평소 본인의 약한 모습도 절대 인정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것.

매스컴이 만든 ‘틀’ 탓에 “스스로 문제 치유할 시기 놓쳤다”

“어떤 면에선 매스컴 등 타인이 만들어준 틀에 자신을 고착시켜 스스로를 몰아붙였을 수도 있다. 또 ‘내 흠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완벽주의 성향도 강했을 것이다. 때문에 병으로 취약해진 자기 모습을 스스로 용납 못 해 주변에 감추면서 자기 안에서 소외가 일어나고 또 외로워지는 과정을 반복했을 것이다.”

그에 따르면 자살의 최대 원인으로 꼽히는 우울증의 특징은 90%가 긍정적이고 10% 정도만 부정적일지라도 그 10%에 예민하게 집착해 많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때론 그 10%의 부정적인 면이 다 없어져야만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그래서 우울증을 앓는 이들은 겉으론 무기력하고 우울해 보이나 “사고 체계 안에선 그 부정적인 면을 향해 굉장히 활발하게 움직이게 된다”는 것. 

반면 생전 최씨의 강연을 듣거나 그와 직접 접해본 사람들이 흔히 느끼는 ‘과잉’ 칭찬과 친절에 대해선 아주 조심스럽거나 자신이 없어 일종의 ‘보호’ 포장을 한 게 아닐까란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그의 초기 베스트셀러 ‘행복, 그거 얼마예요?’에서 그는 자신에 대해 “겁 많고 부끄럼 많고 눈물 많은”이란 말로 표현했다.

결국 최씨는 “행복하려고 애써왔지만 행복에 묶여 자유로운 삶을 살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고도 유추할 수 있다.

유엔 생명공학구상위원회 위원인 나도선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그런 ‘과잉’ 스타일 때문에 최씨 스스로 릴렉스도 못하고 정신이 늘 긴장된 채로 많이 괴로웠을 것”이라며 “의사의 치료법도 천차만별인데 통증을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좀 더 적극적으로 했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스트레스가 특히 심한 의사들의 경우 남성이 40%, 여성이 130% 정도로 일반인보다 자살률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 미국에서 보도됐다고 전하며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는 과로 사회에서 여성들은 일과 가정의 완충 지대에서 더 많이 시달리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최씨를 그동안 옥죄어왔던 것은 매스컴과 대중이란 양날이었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 “내적 힘 기르고 자조그룹 만들어 극복해야”

우리 사회는 이상적 롤 모델이나 스타에 대해선 맹목적이어서 자그마한 빈틈이나 약한 면을 발견하면 악플 등을 통해 “막 깔” 정도로 너그럽지 못한 면이 있다. 최씨의 초기 책들을 기획해 베스트셀러로 성공시켰던 한 출판 기획자는 이런 대중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인지 최씨가 “아무리 가까운 사이에도 절대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놓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생전에 최씨가 10여 년 동안 50권의 책을 펴낼 정도로 미친 듯이 일하며 “엄청난 과로”에 시달려왔음은 알았지만 그토록 통증에 시달려왔다는 것은 지난해 9월쯤에야 우연히 눈치챘다고 한다.

최씨의 자살은 평소 그의 삶의 행적과의 극적 대조로, 또 남편과의 동반자살 과정 중에 택한 죽음의 방식으로 그 자신의 가족은 물론 대중에게도 상당한 후유증을 남겼다. 실제로 그의 강의를 듣고 열광했던 40대 여성은 “거의 공황 상태”라고 당혹스러워 한다. 최씨가 맞닥뜨렸던 것 같은 심리적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교과서적 얘기지만 스스로 ‘내적 힘’(Self-Strength)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힘은 절대 단번에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스스로의 약함을 인정하고 힘들 때 힘들다고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질 때,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성공’의 경험을 했을 때 비로소 생기는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지지 그룹’의 형성이다.

이혜성 총장은 “외국에선 역동적인 ‘자조 그룹’을 만들어 스스로 자신의 고통을 고백하고 또 타인의 고통에 귀 기울여주기도 하면서” 심리적 위기를 함께 ‘소통’하며 넘긴다고 전한다.

우리 사회가 과연 그런 건강한 자조그룹이 뿌리내릴 수 있는지의 가능성은 별도로 하고라도 결국 삶과 죽음의 경계선상에서의 선택의 키는 스스로가 쥐고 있다는 진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들 ‘힘들다, 힘들다’ 하는데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게 뭘까요? 그건 환경도 시대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이에요.”

지난 10여 년간 우리 사회에서 ‘행복 전도사’로 규정됐던 그가 우리에게 진정 남기고 싶었던 행복과 불행 사이에서의 아슬아슬한  비밀은 바로 이 한 마디에 담겨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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