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이끌어낸 경험 한반도에도 전수되길”
북아일랜드여성연합 창립자인 브로나 하인즈(사진)씨는 “섬나라인 아일랜드 국민의 경험과 북쪽이 막혀 섬나라 같은 한국 국민들의 경험이 비슷하다”며 7일 ‘2010 동북아여성평화회의’ 참가자들과 함께한 비무장지대(DMZ) 방문 소감을 밝혔다.
“요즘처럼 장벽 없는 시대에 뚫을 수 없는 장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특별한 경험입니다. 또한 한국은 열강들의 전략에 따라 영향을 받는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종교와 인종이 다른 북아일랜드에서 30여 년간 계속됐던 신·구교 유혈분쟁을 종식시킨 1998년의 ‘북아일랜드 평화협정’(Good Friday Agreement) 과정에 참여했던 하인즈씨는 “세계 각국의 정치적 협상에 반드시 여성이 참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에 오기 전까지는 지뢰 피해자들의 고통이나 북한 내 심각한 기아, 자원 부족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의 고통을 표출하고, 문제점에 대해서 민중의 입장에서 조명해봐야 합니다. 핵무기 철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기아문제 해결입니다. 이러한 인도주의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여성의 관점이 필요합니다.”
북아일랜드 평화협정은 지역별·정당별로 선거를 통해 선출한 대표들로 협상단을 구성해 협정을 진행했다. 시민사회단체가 포함됐던 협상 대표들 중 브로나 하인즈는 북아일랜드여성연합의 대표로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이 과정에서 그는 북아일랜드 여성연합의 세 가지 원칙인 인권, 평등, 포괄성으로 협상 대표들과 대화를 시도했고,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고수하기보다 ‘정직한 중재자’의 역할로 대립각을 세우는 사람들을 설득하며 평화협정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그는 평화를 위해서는 정치적 노선을 넘어선 인도주의적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것을 위해서는 “여성들의 조직뿐만 아니라 여성들 간의 연대가 중요하며, 국가와 사회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전략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나라들의 연대가 어려운 만큼, 한국을 둘러싼 열강의 여성들과 특별한 네트워킹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브루나 하인즈는 데모크라시(북아일랜드 지방정치 여성참여 확대를 위한 NGO 단체)의 핵심 지도자로서 북아일랜드 제1장관의 젠더자문 패널이다. 이라크, 라이베리아, 티모르, 콜롬비아의 개발과 평화 과정에 개입해 활동하고 있다.
또한 북아일랜드 수도인 벨파스트에 있는 퀸스 대학의 명예수석변호사이며, 영국 국가여성위원회 북아일랜드 위원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