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양성평등 주민자치시대 열려면
진정한 양성평등 주민자치시대 열려면
  • 김귀순 / 국회 여성위원회 수석전문위원
  • 승인 2010.10.15 11:04
  • 수정 2010-10-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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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지자체는 읍면동으로…의회는 ‘남녀 동수’로

지난 4월 27일 상임위를 통과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은 구의회 폐지와 주민자치회 법인화 문제 등 특별법에 대한 여론의 반발로 법사위에 4개월 여간 계류돼 왔다.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에서 “구의회가 존치되고 주민자치회의의 법인화 조항이 삭제된” 수정안이 통과됐다.

고비용·저효율·다층 구조의 현행 지방자치제도의 제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특별법 핵심엔 시·군·구의 통합과 이에 관한 제반 지원 및 기본 원칙, 그리고 읍·면·동 자치가 포함돼 있다.

구의회 존치되고 국민자치회의 법인화 무산돼

그러나 제22조처럼 주민자치위원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위촉하는 등 주민자치회가 주민의 직선으로 선출되지 않아 관치 조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향후 이 업무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 개편 추진위원회(이하 행개추위)는 시·군·구 통합 못지않게 중앙의 대의 민주주의를 보완할 직접민주주의의 한 방식인 읍·면·동 주민자치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에 대해 보다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는 1948년 제정헌법에서 보장됐으나 1961년 군사쿠데타로 지방의회가 해산돼 9년간의 지방자치 실험이 중단됐다. 1991년 복원되어 지방의회가 구성됐지만 읍·면·동 의회는 지금까지 부활되지 않아 풀뿌리 지방자치는 완전히 복원되지 못했다. 반면 읍·면·동 자치 회복은 자명한 시대적 요청이다.

자치단체 수를 줄이고 사무를 재분배하는 일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지방자치의 절대 명제인 주민자치의 내실화와 성 평등한 지방자치의 완성에 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수직적 자치계층 수를 줄이고 광역과 기초 자치단체 간 평등한 관계를 지향하며 사무분장의 합리적 개선을 통해 자원분배의 왜곡이나 편향을 시정하고 풀뿌리 주민자치를 되살려내는 방향으로 지방정치가 개혁돼야 한다. 

인도, ‘빤짜야뜨’ 통해 여성 정치인 100만 명 시대로

인도의 경우, 1990년 제73차 개헌으로 인구수에 따라 7~31명의 주민직선 위원으로 구성되고 의장 임기는 5년으로 간선이다. 예산집행과 자치권이 있는 기초자치단체인 ‘빤짜야뜨’에 여성 의석, 여성 의장 3분의 1 할당을 명시한 결과 이것이 여성권익 신장 기여로 이어졌다.

2009년 현재 30%에서 50% 여성 참여를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인도는 기초자치단체의 여성 참여 증가로 여성 정치인 100만 명 시대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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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읍·면·동 행정구역과 비슷한 규모의 자치영역을 가지고 있는 영국의 ‘패리시’(Parish government)의 경우, 기초자치단체로서 상위 자치단체와 사무분장의 보충성 원칙에 따라 패리시 지역의 도시계획, 교통, 도로 개·보수, 주택 재개발, 공원 조성 등 우리나라의 구·군과 같은 자치단체 기능을 가지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패리시는 영국의 최하위 지방자치계층으로, 현재 잉글랜드 지역에 약 8700개의 패리시가 존재하고 인구 35명(Welingham)에 불과한 소규모 패리시부터 약 4만8000명(Bracknell)에 이르는 곳까지 다양하며 임기 4년의 패리시 의회(Parish Council)와 패리시 장(Parish President: 읍·면·동장에 해당)이 있다.

주민자치는 생활정치 영역이다. 남성보다 동네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은 여성이 동네 문제를 더 잘 알 수도 있으므로 주민에게 가까운 읍·면·동에 양성평등 주민자치 시대를 열어야 한다. 그리하여 여성도 남성과 동등하게 참여하여 일과 가족을 양립하면서 커뮤니티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성 평등 조례를 제정하도록 권장해야 한다. 

지방재정을 주민이 감시·감독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바람직한 기초자치단체 규모는 소규모로서 현재의 기초자치단체보다 좀 더 주민에게 가까이 있어야 한다. 이것은 또한 현재 시·군·구 통합을 반대하는 일부 주장자들의 주요한 반대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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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하면 지방정부가 주민에게 더 멀어지기 때문에 시·군·구 통합을 반대한다면 이것을 보완하는 방법은 현 기초자치단체보다 주민에게 더 가까운 읍·면·동을 기초자치단체로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현재 시·군·자치구는 기초자치단체로서는 그 규모가 너무 크다. 현재 지방공무원 27만5159명(2008.12.31 현재)의 17.2%에 해당하는 4만7337명의 유능한 읍·면·동 공무원이 일하고 있다. 여기에 자치권만 부여하면 훌륭한 기초자치단체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인 구·군의 평균 인구는 21만8700명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크다.

읍·면·동을 기초자치단체화하는 방안은 주민이 직접 선출하는 통장과 이장이 주민자치회 회장이 되어 의회를 구성하고, 읍·면·동장은 조례에 따라 주민이 직접 선출하거나 간선을 통해 읍·면·동 의회 의장이 겸임하도록 할 수 있다. 의회와 장 선거는 정당 공천을 배제하되, 의회는 남녀 동수 선출로 여성이 50%가 되도록 한다.

이 경우 50% 여성 배정문제는 득표율 순위로 50% 여성을 먼저 결정한 다음 나머지 자리를 남성 후보자로 결정한다면 정당 공천을 하지 않고도 50% 여성 의석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선출 방식과 절차는 조례에 따르도록 하여 지역별 특성이 반영되도록 하고 지방자치제도의 다양성을 보장하도록 한다.

또 읍·면·동장이 구·군 의원이 되고 구·군의회 의장이 구청장과 군수가 되도록 한다면 현재 구의원, 구청장과 군수에게 지급되는 임금과 정치비용이 절감돼 이것을 주민복지와 커뮤니티 안전망 구축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물론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거나 현행 지방자치법을 대폭 개정하는 조치가 필요하므로 향후 행정개혁추위(행개추위)에서는 읍·면·동 주민자치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여 가장 최적의 안을 만들어 내고 최종적으로 국회의 입법과정을 통해 이를 반영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행정체제개편·헌법개정 동시에 진행돼야

행정구역도 현재와 같이 인구 5만, 10만 등으로 시와 읍을 결정하는 획일적 기준을 버리고 기초자치단체는 더 촘촘히 엮어내고 광역은 규모의 경제로  현재의 행정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인근 지역을 묶는 ‘메갈로폴리스’를 지향한다.

행개추위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계층 수에 집착하지 말고 자치단체 간 업무의 중복을 막는 보충성의 원칙과 주민자치의 완성이라는 지방자치의 기본 정신에 입각해 유연하게 한국의 지방자치단체 유형을 새로 정립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1층제나 2층제를 고수한다고 무리하게 지명이나 도시명을 통폐합할 때 사라지게 하지 말고 기능은 없애더라도 명칭은 살려줌으로써 지역의 정체성이나 역사성을 고려하는 세심하고도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

여러 단계의 지방자치단체의 지위와 기능을 헌법에 명시한 대부분의 나라와 달리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의 지방자치에 관한 조항은 헌법 제117조와 제118조 단 2개 조항뿐이다.

헌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 있어 광역과 기초 자치단체가 헌법상 보장되지 않고 기초지방자치단체와 광역지방자치단체의 규모나 성격 차이가 명시돼 있지 않아 국회의 입법 재량에 따라 지방자치가 좌우되는 문제가 있다. 현행 헌법 117조 1항처럼 모든 지방자치단체를 동일하게 규정한 관계로 기초지방정부나 광역지방정부의 역할이 대부분 중복돼 있어 지방자치의 헌법적 보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지방자치단체의 적절한 헌법적 보장을 위해 행정체제 개편과 헌법 개정은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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