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 자란 고국에서 이름을 알리는 것은 영광스럽고 기쁜 일이다. 지난 공연에서 연주를 지켜본 관객들의 응원과 지지가 큰 힘이 됐다.”
이번 공연에서 그는 바흐의 파르티타 6번 마단조, 리스트의 왈츠 즉흥곡, 하이든의 피아노 소나타 사단조 등 시대를 막론한 다양한 곡을 선보이며 방대한 레퍼토리를 뽐냈다. 특히 공연의 대미를 장식한 라흐마니노프의 대곡 ‘악흥의 순간’을 연주할 때는 곡 중간 중간에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유미의 연주는 특유의 웅장함과 강한 느낌으로 해외에서도 호평 받고 있다. 동양인 여성 연주자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연주를 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강렬하고 열정적인 연주를 선보이는 의외성으로 주목을 받은 것. 그는 “한국은 얌전하고 열심히 연주하는 모범생을 좋아하지만, 외국에 나가 보니 악보대로 연주하는 평범한 연주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무언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 나만의 방식으로 개성 있는 연주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해외의 연주자들이나 관객들이 그의 연주에 관심을 기울인 것은 아니었다. 체코 필젠 필하모닉과 프라하 드보르작 홀에서 한 협연 리허설에서는 지휘자가 카덴차(협연 시 오케스트라는 연주를 멈춘 채 협연 연주자가 즉흥적 독주를 펼치는 부분) 연습을 생략하기도 했을 정도. 솔리스트에게는 예의가 아니었지만 이씨는 “피아노 연주로 보여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차분히 연주했다”고 한다. 4악장까지 한 번의 리허설을 마치고 나자 지휘자는 “브라보!”를 외쳤고,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눈빛도 변하기 시작했다.
서울대 음대를 졸업한 2005년 독일 유학길에 오른 그는 이후 독일 하노버국립음대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그는 “아직 피아노 연주자로서 밟아보지 못한 땅이 있는데 그곳이 미국”이라며 “더 넓은 세계를 보고 익혀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관객들에게 ‘이유미’만의 음악을 알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