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공식적으로 방문하는 과정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세계물위원회(WWC) 회장단이 몇 달 전에 신청했고, 오랜 기다림 끝에 성사된 이번 방문에는 포숑(Fauchon) 회장과 브라가(Braga) 부회장, 그리고 집행이사인 필자가 동행했다.

물이 인간의 생명 유지에 가장 기본적인 요소이고, 매일의 생활에서 필요 불가결하므로 물 관련자들은 물을 어떻게 지구인 모두에게 먹일 수 있고, 물로 인한 재해를 막을 수 있느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다.

‘물’이라는 의제를 어떻게 세계 최대 정부 간 회의인 유엔의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시키느냐는 것은 매우 중대한 일이다. 최근 유엔의 최고 관심사는 새천년발전목표(2000년)와 요하네스버그이행계획(2002년)의 첫 의제인 ‘빈곤 퇴치’일 것이다. 하루에 1달러 이하로 사는 사람이 세계 인구 6명 중 1명인 사실을 상기할 때 빈곤자들을 구제하려는 유엔의 노력은 너무나 당연하다. 또한 ‘기후변화’로 날로 증가하는 홍수, 가뭄은 물론 폭염과 냉해로 지구 곳곳의 재해를 보면서 화석연료 사용을 어떻게 줄일 수 있느냐는 에너지 문제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빈곤 인구는 마실 물이 없어 물동이를 메고 서너 시간씩 물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의 숫자와 일치하고 있고, 수많은 사람들은 물로 인한 재해 속에 허덕이고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기후변화로 지구 곳곳에 내리는 폭우와 녹아내리는 빙설로 인한 물 부족과 해수면 상승은 그야말로 기후변화도 적응의 관점에서 물이 부각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이렇게 유엔이 강조하는 빈곤과 기후변화도 물과 그대로 직결된다.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물을 유엔 의사결정 과정에서 특별 주제로 반영시켜 달라는 부탁을 드렸다. 세계물위원회가 주최하는 2012년의 제6차 세계물포럼과 같은 해 열리는 ‘Rio+10’의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에 물을 통한 연계성을 확보해 달라는 요구도 펼쳤다. 반 총장은 2012년 3월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리는 세계물포럼에 오셔 달라는 부탁을 경청해 주셨다.

2007년 아프리카에서 물을 달라는 1만여 군중 앞에서 신변 위협을 무섭도록 느꼈을 때 “물을 주겠다”는 짧지만 긍정적인 말 한 마디로 겨우 그 자리를 모면한 경험담도 들려 주셨다. 물은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인 가치임을 강조하는 한국인 수장, 반기문 사무총장을 마주하는 동안 프랑스인 회장과 브라질인 부회장 사이에서 필자는 자부심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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