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300% 증가…신고율·검거율 함께 높아져

지하철역 대합실에서 한 무리의 여성이 “성추행은 대범죄, 묵인하는 당신은 공범자” “그냥 봐도 보입니다. 성추행범을 잡읍시다” 등의 피켓을 들고 ‘지하철 성추행 퍼포먼스’를 시작했다.

한 여성 승객 뒤에 남성 치한이 접근해 여성의 엉덩이, 가슴 등을 만지며 성추행을 하고, 시민들로 인해 곧 치한은 검거된다. 12년 전인 1998년 2월 시청역 대합실에서 있었던 퍼포먼스다. 당시 한국여성민우회와 여성 직장인 모임인 ‘돌꽃모임’은 심각한 지하철 내 성추행을 막기 위해 이 같은 퍼포먼스를 진행하며 시민들의 의식 전환을 이끌었고, 결국 서울지하철공사는 같은 해 3월부터 지하철 내 성추행 경고방송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2010년 현재도 지하철을 비롯한 열차 안과 역구내에서의 성추행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5년간 열차 안 성추행 사건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순자 의원(한나라당)이 국토해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9월까지 열차 안과 역구내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은 143건으로 2006년 40건, 2008년 95건, 2009년 112건으로 지난 5년간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선별로는 경부선이 113건으로 가장 많고, 경수선이 59건, 경인선이 55건, 호남선이 17건 순이고, 역구내 성추행도 183건에 이르렀다.

지하철 성추행도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8월 서울지방경찰청이 진영 의원(한나라당)에게 보고한 ‘서울 지하철범죄 현황’에 따르면 2010년 6월까지 서울 지하철 성폭력범 검거 건수가 546건으로 나타나 지난해 671건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신고율과 검거율이 높아졌다는 것. 박순자 의원실에 따르면 열차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성추행이니만큼 지난 2006년과 2007년에는 성추행 피의자가 전원 검거됐고, 2008년에는 94명, 2009년에는 108명, 2010년에는 120명이 검거됐다.

또한 피해 여성들이 예전에 비해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주변에 알리고 신고해 현행범 체포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성추행 신고율과 검거율 증가에 대해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이선미 활동가는 “성추행 사건이 늘어났다기보다는 신고율이 높아지면서 사건이 많이 드러나는 것 같다.

경부〉경수〉경인〉호남선 순으로 빈발

예전에는 피해 여성들이 성추행을 당하고도 항의하고 말았는데, 이제는 자발적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지속적인 홍보로 인한 인식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라고 평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두나 기획조직국장 또한 “지하철 성추행을 범죄로 인식하는 의식의 변화는 신고하는 피해자들뿐만 아니라 지하철 지구대의 검거 의지도 높이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한편 박순자 의원은 “검거율이 높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긴 하지만 사전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면서 “여성들의 권익과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 예방을 위한 철도당국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현재 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열차와 역은 전국 23개의 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철도경찰대가, 지하철은 지하철 수사대가 각종 범죄 예방을 위해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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