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정권교체 코드’를 선택했다. 새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에서 조직력이나 당내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열세였고, 더구나 한나라당 출신인 손학규 후보를 대표로 선출했기 때문이다. 손 후보가 그동안 정통 민주세력을 자임하며 당내 주인 노릇을 해왔던 정동영, 정세균 후보를 꺾고 승리했다는 것은 정권 창출을 위해 민주당의 ‘변화가 절실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전까지만 하더라도 ‘집권 희망이 없는 불임정당’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완패한 뒤 절망했고 ‘더 이상 민주당 간판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패배주의가 만연했다. 하지만, 손 대표의 선출로 정권 교체의 가능성과 수권정당의 희망을 다시 그릴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변화의 기저에는 6·2 지방선거에서의 민주당 승리가 자리 잡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대선에서 한번 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바닥 민심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런 변화가 손 대표 선출의 원동력이 됐다고 본다. 여하튼 손 대표의 선출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영남 출신 노무현 후보를 전략적으로 선택해 정권 재창출에 성공했던 것을 연상하기에 충분했다.

리얼미터가 전당대회 직전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손 후보가 진보진영 대선 유력 주자 후보군에서 15.4%로 14.5%를 기록한 유시민 전 장관을 앞서면서 1위를 기록했다. 전당대회가 끝나면 보통 전당대회 효과가 생기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에 손 대표의 지지도는 당분간 더욱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당대회 승리로 손 대표는 민주당 차기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손 대표의 대권 가도가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손 대표가 넘어야 할 많은 난제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 후유증을 조속히 치유해 당내 통합을 이뤄내야 하고, 기득권을 배제하고 투명성을 제고해 경쟁력 있는 인재를 널리 구하는 인적 쇄신에 나서야 한다. 범진보 세력을 하나로 묶는 연합 정치의 기틀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진보와 중도를 아우르는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지난 전당대회에서 15년간 이어온 ‘중도 개혁’을 당 강령에서 삭제하는 대신 ‘진보’ 노선을 적극 반영했다. ‘포괄적 성장’을 강조하는 ‘뉴민주당 플랜’을 사실상 폐기하고 ‘좌향좌’로 방향을 튼 것이다. 그런데 손 대표는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진보와 개혁 진영에 더해 중도 세력까지 끌어안을 수 있어야 집권이 가능하다”고 줄기차게 강조해왔다. 최근 대선에서 중도를 선점하지 못한 세력이 승리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이런 냉혹한 현실 앞에서 민주당의 새로운 진보 노선과 자신의 중도 포용 전략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낼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그런데 ‘진보 우선’이든 ‘중도 포용’이든 분명한 것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실천이 뒷받침돼야 국민에게 진정성이 전달된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반전과 반핵, 인권 등 진보의 핵심 가치를 외면한 채 구호 수준에서만 진보로 이동하면 민심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손 대표가 강조하는 ‘국민 생활 우선의 정치’에서도 대한민국 여성의 삶을 획기적으로 제고해 실질적인 양성 평등이 실현되는 것을 핵심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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