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화돼야…법안에 찬성”
안 대표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집무실에서 가진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저출산은 국가 존립의 문제”라며 “보육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무상보육은 국가 생존 문제다. 최종 목표는 프랑스 수준까지 가야 된다. 더 많은 예산을 투여해야 한다. 아이만 낳아주면 보육과 육아, 교육은 국가가 최대한 담당해야 된다. 직장에서 여성들이 일할 수 있게 하고 국가가 육아와 교육을 분담해줘야 출산율이 올라간다는 얘기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저출산·고령사회 2차 5개년 계획’에 대해 여성계의 반발이 거세다. 안 대표는 “정부가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우리 당의 최대 정책인 무상보육에 대해 상당히 배려했다”면서도 “예산 문제로 충분한 정책이 나오지 못했다”고 평했다.
박선영 자유선진당 의원이 발의한 선출직 공직 당선자의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화 법안과 관련, 그는 “국회의원들의 성희롱 예방교육은 의무화돼야 한다”며 찬성 입장을 밝혔다. 여성신문의 ‘의원님들, 제발 성희롱 예방교육 받으세요’ 캠페인에도 관심을 표시했다. 한나라당 의원 연찬회에 초청된 강사가 여성 비하적 발언을 한 데 대해선 “무리한 발언이었다. 그런 강사가 올 줄 알았어야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여성의무공천제도는 민주당보다 앞서고 있다고 자부한다. 앞으로 여성 정치 교육을 강화하겠다. 더 많은 여성 정치 지도자들을 양성하겠다.”
안 대표는 또 “엄마들의 사교육 고통을 잘 알고 있다”며 “사교육과의 힘든 전쟁에서 이기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청년실업 해소와 관련, 일자리 창출이 최우선 정책이라며 “서비스 산업의 확대, 청년창업 지원, 청년 직업교육 등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서민경제 회복 대책에 대해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을 강조했다.“중소기업은 대기업 하청 업체들이 많은데 불공정 거래가 흔하다. 하청 대금을 아사 직전까지 엄청나게 깎는 사례가 많다. 물가연동제와 가까운 제도가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살아야 국민경제가 성장한다.”
취임 80일을 맞은 안 대표는 가장 힘들었던 일로 7·28 재보궐 선거를 꼽았다. “6·2 지방선거에서 대패해 당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6·2 때 회초리를 많이 때렸으니까 일 좀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한두 석이라도 건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아스팔트에 국민을 대상으로 큰절부터 했다. 다섯 석이나 줘서 우리도 깜짝 놀랐다.”
민주당 주요 공약인 무상급식과 관련해선 “공정 사회의 개념에 어긋난다”고 했다. “무상급식은 현장에서 실천이 어렵다. 지방자치단체와 국가 예산이 그렇게 있나. 예산을 절약해 가난한 집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게 맞다.”
안 대표는 앞으로 “나눔과 봉사의 문화를 우리 사회에 정착시키는 데 당이 기여하겠다”며 “거대한 자원봉사단체로 재탄생하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9월 16일 한국자원봉사센터중앙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편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와 관련해선 “도덕성과 청렴성을 겸비했고 대법관, 감사원장을 거치며 경륜도 쌓은 인물이라 아주 잘된 인사라고 본다”는 의견을 밝혔다.
안 대표는 “유명환 전 외교부장관의 딸 특채 문제와 김태호 전 총리 후보의 낙마로 인해 당과 정부의 도덕성이 무너졌다”며 “국민이 도덕성과 청렴성을 더 중시하는 상황이라 국민이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춘 사람을 총리로 지목해 달라고 청와대에 강력히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 쌀 지원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북한이 전쟁에 대비해 쌀 100만t 이상을 군량미로 비축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천안함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지원받은 쌀을) 군량미로 쓰지 않겠다는 투명성과 북한 주민들에게 쌀이 갈 수 있도록 보장해줘야 한다”며 “두 가지 전제조건이 충족돼야 대량 지원이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량 쌀 공급은 앞으로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그동안 “인도적 대북 쌀 지원을 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해 왔다.
차기 대권주자의 덕목을 묻자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답했다. 또 “이회창 총재가 대선에 두 번 실패한 것은 경쟁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치열한 경쟁을 통해 한나라당 대권주자가 정해져야 경쟁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정운찬 전 총리에 이어 김황식 감사원장을 총리로 내정, 안 대표를 포함해 당·정·청 수뇌부가 모두 ‘병역 면제자’라는 비난이 제기됐다. 안 대표의 답변이 길어졌다.
“병역을 고의적으로 기피했다면 박정희 정권 때 검사로 발령 났겠는가. 10년간 검사로 일했다. 또 네 번이나 총선을 치르면서 지역에서 검증받았다. 병역을 기피하려고 했다면 입대하지 않아도 될 법무관으로 입대해서 훈련을 한 달 받고, 질병 때문에 결국 퇴교 당해 나왔겠나. 군대를 마치지 못한 것은 죄송스럽지만 고의적으로 기피한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