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도우려다 살해 당해…다문화 가정 폭력방지 대책 촉구

“소식을 듣고 너무 충격적이었습니다. 다문화지원센터나 구청에서 잘 살고 있는지 한번이라도 가봤더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서울시 종로구 숭인동에 위치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대표 한국염) 내에 차려진 몽골 결혼이주 여성 고 강체첵(26)씨의 분향소에는 아직 앳된 모습의 고인의 영정 사진이 놓여 있었다. 분향소를 찾은 ‘주한 몽골 이주여성회’ 회장 촐롱체첵(37)씨는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었다.

강체첵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각국의 이주 여성들은 자신들 나라의 문화대로 향을 피우며 고인을 추모했다.

강체첵씨는 지난 9월 15일 새벽 전남 나주에서 고향 친구인 몽골 여성 E씨의 남편 양모씨가 휘두른 칼에 찔려 사망했다. 강체첵씨는 2009년 3월 결혼해 인삼 농사를 짓는 남편과 4개월된 아기, 시부모와 함께 전남 나주에서 살고 있었다. 몽골 여성 E씨 또한 지난해 10월 양 씨와 결혼해 나주에 정착한 결혼이주 여성이었다.

E씨는 남편 양씨에게 폭력을 당했고, 남편의 가족들도 E씨의 외출을 막는 등 괴롭혔다고 한다. 이에 E씨는 이혼을 결심하고 남편을 피해 강체첵씨의 집으로 피신중이었다. 그러던 중 E씨의 남편 양씨는 아내를 내놓으라며 강체첵씨의 집에 흉기를 숨기고 들어가 그를 살해한 것이다.

지난 7월 한국에 온 지 8일 만에 남편에게 살해된 베트남 결혼이주 여성 탓티황옥씨의 죽음 이후 두 달여 만에 또 발생한 결혼이주 여성의 죽음이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촐롱체첵씨는 탓티황옥씨 사건을 보고 ‘우리 몽골 여성들도 저렇게 힘들게 살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으로 지난 8월 40여 명의 몽골 결혼 이주 여성을 모아 ‘주한 몽골 이주 여성회’(cafe.daum.net/mglwa)를 만들었다고 한다.

또한 촐롱체첵씨는 “다문화가정은 약자들인데 나라에서 잘 살고 있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 경찰이 E씨네 집에 왔을 때 1366(여성긴급전화)에라도 연계해줬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관심을 촉구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강체첵씨의 죽음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고인에 대한 의사자 대우’ ‘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 방지 대책 마련’ ‘국제결혼중개업체에 대한 철저한 조사’ 등을 요구했다.

한편 광주, 전남 종교·인권단체들(전남 이주여성인권센터, 이주여성긴급지원 광주센터,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여성의전화 등)은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강체첵씨의 유족과 가정폭력 피해 여성에 대한 지원, 국제결혼 중개업 제도 개선 등 대책 마련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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