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 여성 가정폭력 피해 20%에 육박
도움 청할 곳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

2007년 여성가족부의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사회에서의 가정폭력 발생률은 50.4%에 이르며,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물리적인 가정폭력 또한 17.7%로 나타났다.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의 심각성은 2007년 베트남 여성 후안마이씨가 남편 장모씨에게 폭행당해 죽음으로써 드러나게 됐다. 이후 올해 7월 부산에서 숨진 베트남 이주 여성 탓티황옥씨까지 결혼이주 여성의 죽음이 잇따르고 있다.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남편과 그 가족의 폭력은 이주 여성들의 열악한 사회적·경제적 지위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국적 취득 등 한국에서 체류하기 위해 이주 여성들은 남편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약자의 위치에 놓이게 된다.

결혼이주 여성들이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2년간 혼인관계를 유지해야 본격적인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그 전에 이혼하게 되면 체류가 어려워지고, 이 경우 국내 체류를 위해서는 남편의 잘못으로 이혼한 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우리말과 문화에 서툰 이주 여성들은 남편과 시댁의 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모으는 일이 쉽지 않아 입증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정황에도 불구하고 결혼이주 여성들의 이혼 건수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의 이혼 건수는 2004년 3300건, 2006년 6136건, 2008년 1만1255건이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강성의 사무처장은 “이주 여성들이 이혼을 요구한다는 것은 불법 체류를 각오하는 것”이라며 “본국에 돌아가기도 힘든 여성들이 얼마나 힘들면 이혼을 요구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고 있더라도 이주 여성을 부양하는 가족의 경제적인 상태가 열악할 경우 국적 취득은 쉽지 않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담 사례 중에는 10년 전 한국에 들어와 자녀를 낳고 혼인신고 한 지도 7년이 넘은 우즈베키스탄 결혼이주 여성이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를 산다는 이유로 국적 취득이 미뤄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돼온 국제결혼중개업체의 불법적인 영업도 여전하다. 이번 몽골 여성 강체첵씨를 살해한 양모씨의 경우 이혼을 요구하는 부인 E씨에게 2000만원을 내놓으라며 E씨를 압박했다. 결혼중개업체의 계약서에 ‘두 사람이 이혼 시 여성이 남편에게 2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었다고 한다.

E씨는 결혼 전 중개업체로부터 남편 양씨가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소개받았으나, 결혼 절차가 끝나고 한국 입국 하루 전날에야 남편이 농사를 짓고 있으며, 집안 형편도 넉넉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탓티황옥씨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중개업체의 거짓 정보 제공과 인신매매적인 불법 영업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덧붙여 가정폭력을 ‘집안일’로 치부하며 적극 개입하지 않은 국가 공권력의 문제점 또한 지적되고 있다.

강체첵씨가 살해되기 전 경찰이 E씨의 집에 왔었으나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없는 이주 여성들의 경우 가해자로부터 그들을 보호해줄 수 있는 공권력의 역할은 더욱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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