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 전형 정보, 교사 아닌 입시전문가로부터 구하는 형편
먼저, 복잡한 수시 전형방식은 고3 담당 교사조차도 그 내용을 정확히 알기 어려워 수험생이 지원 가능 학교와 학과를 모른 채 원서를 제출하는 사례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학교 측이 수차례 입시 관계자를 초빙해 입시 설명회를 열기도 했으나, 전체적인 개요를 전달해 주는 데 그쳤고, 학생 개별 상담도 대학의 수가 많은 데다 학과별 지원 자격이 저마다 달라 학생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정보를 제시해주지 못했다.
최상위권 성적의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1회 상담료 30만원을 지불하고 입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A씨는 “입시 전문가가 올해 새로 바뀐 글로벌 리더 전형을 뒤늦게 찾아내 가르쳐주어 2개의 전형으로 지원을 할 수 있었다”며 학교 측에서는 이런 전형이 있는지 알지도 못해 오히려 학부모가 가르쳐준 형편이라고 개탄했다. A씨는 “그동안 학교에서 개최한 입시 설명회는 빠짐없이 참석했지만, 정작 아이의 최종 성적으로 원서를 쓰려니 지원 가능 대학이 달라져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고 전했다.
중위권 자녀를 둔 B씨는 수시 원서를 쓰는 데 도움을 받기 위해 학원에 가보았으나 9월 초까지 이미 예약이 다 끝나 있어 당혹스러웠다. 마침 학원 상담자가 보고 있는 전형 요강서의 제목을 어렵사리 알아내 4만원을 주고 구입, 혼자 연구해 수시원서를 썼다며 혀를 내둘렀다. B씨는 “원서를 쓰는 데 학교에서 실질적으로 해주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학교가 해주지 않으면 학부모들은 사설기관에 의존해야만 하고, 이도 접수 기간 임박해서는 기회를 얻기가 어렵다. 결국 일찍부터 해당 학원에 보냈어야만 했었다”며 응시조차 공교육으로는 치러낼 수 없는 입시 현실의 한계를 지적했다.
또 어렵게 대학과 학과를 선택했더라도 추천서 등 학교 제출 서류를 구비하는 데 출신 고교의 뒷받침이 부족한 점도 수험생들을 힘들게 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학교 선생님의 추천서를 받는 일. 추천서는 학년, 과목을 막론하고 교사라면 누구나 써줄 수가 있으나, 추천서를 써줄 만큼 학생에 대해 잘 알아야 하고, 또 지원 대학과 학과마다 내용을 다르게 써주어야 하기 때문에 교사로서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여러 명이 써달라고 찾아오는 경우 누구를 우선해 써주어야 하는가도 미묘하게 곤란한 문제다.
일부 교사 “추천서 써달라고 찾아오지 마라” 으름장도
수험생 C양은 그동안 몇몇 교사들이 “절대 추천서 써달라고 찾아오지 말라”고 공공연히 으름장을 놓은 데다 담임교사도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어렵게 지난 학년 개별 교과 담당교사를 찾아가 추천을 의뢰했다. C양은 “망설이다 조금 늦게 간 탓에 선생님께서 ‘이미 써주어야 할 학생이 밀려있다’며 난처해 하셨으나 합격 가능성이 높아 써주셨다”며 자신의 추천서를 써주는 데만 꼬박 사흘이 걸렸다고 미안해했다.
추천서를 쓰기 위해 교사는 학생에 관해 자세히 알고 있어야 하지만 학교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이 먼저 작성해 온 내용을 가지고 교사가 재구성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형식적 추천서 방식에 대해 회의적인 여론도 높다.
수시전형에서 4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논술을 사교육 시장에만 떠맡긴 채 나 몰라라 하는 데 대해서도 학부모들은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고교에서는 논술을 대비한 자체 지도가 거의 없는 상태라 많은 학생이 사교육에 논술을 의존하고 있다. 게다가 공부하느라 늘 시간에 쫓기는 학생들은 시험에 임박해서야 학원을 찾는 경우도 허다하기에 시간적, 경제적 부담은 한계를 넘어설 지경.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 학원들이 대학별 논술 특강반을 개설해 성황을 이룬 것이 학생들의 어려움을 방증한다.
수험생 D군은 여름방학 기간 논술거점 학교인 인근 여학교로 가서 논술수업을 받아보았으나 “방학 동안 단기간에 하는 데다 토론식 수업으로 진행돼 과연 잘 하고 있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고 토로했다. 학교에서 최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오고 있는 D군이지만 “원래 논술이라는 것이 그동안 정규 교과과정을 충실히 이행했으면 무리 없이 쓸 수 있어야 하는데 논술수업에 참여해보니 대단히 어렵고 복잡해 두려움만 더 커졌다”는 것.
수시 입학전형에서 또 하나의 큰 문제점은 여러 대학 학과에 지원하는 데 따르는 전형료 부담이다. 수시 1차를 접수하는 기간에 2차도 동시에 지원하게 함으로써 대부분의 학생이 3~5군데의 원서를 쓰는 것은 기본. 그런데 붙으면 그대로 대학이 결정되는 부담 때문에 가급적 소신 지원을 하는 1차도 중복지원으로 인해 부담이 되고 있다. 더구나 2차는 일단 넣고 보자는 심정에 내몰려 가능한 한 많은 곳에 접수 하게 돼 한 곳당 7만~8만원씩 하는 원서비가 학부모의 허리를 휘청거리게 한다.
원서 접수비로만 400만원 날려…“붙으면 다행인데”
같은 날 시험이 있는 대학들에 일단 중복으로 원서 접수를 한 수험생도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추후 경쟁률이 더 낮은 대학으로 가거나 시험 시간이 오전 오후로 겹치지 않을 경우는 2군데 다 응시를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학부모 E씨는 “이번 수시 원서 접수비로만 400만원이 들었다”며 “원서접수 전에 대학 측에 전화를 걸어 시험 시간을 묻기도 했으나 알려 주지 않았고, 어떻게 될지 몰라 되는 대로 다 쓰게 했다”고 말했다. ‘사전에 인원을 가늠할 수 없어서’라는 것이 대학 측이 시험 시간을 미리 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비교적 소신 지원한 학부모 G씨가 낸 원서 접수비는 수시 1,2차 총 40만원. 경쟁률은 1차 1개 학교 2개 전형에 15대 1과 40대1. 100대 1이 넘는 학교도 여럿이니 이를 통해 각 대학이 챙긴 전형료 수입만 수십억원 단위다. 중앙대의 수시 전형료 수입은 80억원 이상으로 대학들 중 가장 높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5월 2012년 대학입시부터 수시 모집 지원을 무제한에서 5회 정도로 제한하는 방안을 본격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나마 기회까지 줄어든다”고 반대의 입장을 보이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이번 수시 1차에 수능 최저학력이 없는 전형에 원서를 썼다는 학부모 G씨는 “1년간 수능 준비를 한 것이 못내 아쉽다”며 “미리 결과를 알 수 없기에 수능을 버릴 수도, 논술을 버릴 수도, 내신을 버릴 수도 없는 3가지 틀 속에서 오늘도 자녀들을 학교가 아닌 학원으로 내몰고 있다”고 허탈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