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한 것도 있고, 국민연금 가입을 알아보려고….” 쭈뼛쭈뼛하던 50대 주부는 어떻게 오셨느냐는 안내 도우미의 말에 어색한 미소로 대답한다. “기금이 고갈되면 어떻게 되는 거냐?” 날카로운 눈매의 젊은 남학생은 수첩을 펼쳐놓고 꼬치꼬치 캐묻는다. 요즘 우리 공단이 벌이고 있는 ‘내 연금 갖기 캠페인’의 반응이 뜨겁다. 주부, 학생 등 임의가입 문의가 쇄도하고, 과거에 받았던 일시금을 반납하겠다거나 형편이 어려워 쉬었던 기간의 보험료를 납부하겠다는 상담도 줄을 잇는다.

물가가 오르면 오른 만큼 더 받지, 평생 받을 수 있지, 국가가 지급을 보장하지…. 그러니 부부가 둘 다 오랫동안 가입해서 노후 걱정을 덜자는 ‘내 연금 갖기 캠페인’ 열기는 아주 당연한 일이 아닌가.

공단이 운용하고 있는 기금이 300조원을 넘었고 연금을 받는 수급자도 300만 명을 넘어섰다. 신문에선 “국민연금 얕보다간 땅 치고 후회” 등 국민연금을 재조명하고, 유명 재무컨설턴트를 통해 복잡한 도표와 산식으로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비교하는 특집 기사를 싣기도 한다. 주부 대상 아침 TV 프로그램에서도 국민연금의 특·장점을 소개하며 전업주부들의 임의가입을 권한다. 국민연금의 가치가 이제야 제대로 평가받는다는 생각이다. 지난 2004년 인터넷을 통해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야기됐던 국민연금 안티사태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시대적 조류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너무 재테크 관점에서 국민연금을 조명하는 것 같아 한편으론 좀 아쉽다.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국가적 사회보장제도가 한낱 재테크 상품으로 치부되는 것 같으니 말이다. 그러나 노후소득 보장 수단으로서 국민연금의 비교우위는 명백한 사실임에 틀림없다. 장기적으로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해소돼 ‘노후빈곤 해소와 사회안정 도모’라는 제도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그깟 금융상품으로 비교되는 당장의 수모(?)쯤이야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지 않을까.

베이비부머(1955~63년 출생자)들이 본격적인 은퇴 시기를 맞고 있다. 전쟁 이후 곤궁한 시대에 태어나 자신은 돌볼 겨를 없이 부모 봉양과 자식 뒷바라지에 매달리며 살아온 이들에게 국민연금은 더욱 소중한 존재다. 노후를 걱정하는 같은 연배의 베이비부머 동료들에게 큰소리로 권한다. “국민연금과 상담하세요. 그리고 내 연금 갖기 캠페인에 동참하세요. 배우자도 가입시키고, 예전에 받았던 일시금도 반납하시고, 쉬었던 납부예외기간 보험료도 추가로 납부하세요.”

그러면 어떻게 되느냐고? “예상 연금액이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답니다. 한시름 덜 수 있단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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