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동기는 다르나 후유증은 같아
성매매 동기는 다르나 후유증은 같아
  • 김남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10.01 13:28
  • 수정 2010-10-01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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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수작 7편, 공모전 선정작 6편 선보여
여성가족부(장관 백희영)가 주최하고 한국여성인권진흥원(원장 이화영)이 주관한 ‘STOP(스톱)! 성매매 영상제’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9월 28, 29일 열렸다.

영상제는 성매매 여성의 삶을 통해 성매매 현실을 들여다보고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국내외 성매매 방지 영상 7편과 단편경선 공모전 선정작을 상영했다. 단편경선에 진출한 작품은 ‘남자답게’(감독 박명순), ‘당신이 성매매에 반대한다면’(권미경, 수민), ‘미자’(안성란), ‘반짝반짝 빛나는’(김아름), ‘성인식’(전지현, 김다정), ‘절대 사라지지 않아’(여성영상프로젝트팀) 등 6편이다.

이 중 영화의 기법을 빌려 성매매 피해자들의 삶과 권리에 주목하면서 진한 감동을 이끌어내 호평을 받은 작품을 소개한다.

영상제 관람 시기를 놓쳐 아쉬워하고 있는 관객이라면 여성인권진흥원이 영상제의 화제작을 들고 찾아가는 순회 상영회를 신청하면 된다. 문의 02-739-1062

◆개막작 ‘오래된 거짓말’-성매매, 자발성·비자발성은 중요치 않다

개막작인 ‘오래된 거짓말’(The Oldest Lie, 2009, 캐나다)은 성매매 여성의 경험을 생생하게, 그리고 진솔하고 담담하게 담아 성매매의 폭력적인 본질을 폭로하는 중편 다큐멘터리 영화다. 두 명의 소녀가 성매매 여성들에 대해 ‘대체 왜 이런 길에 빠지게 된 거지?’라는 의문을 갖게 되면서 성매매 여성과 성매매 방지 활동가를 직접 만나 대화를 하고 성매매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는 “성매매 문제에 있어 자발성에 대한 논의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돈, 마약, 사랑을 갈구하는 욕망,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상처까지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성매매 시작 동기는 제각각이다. 그러나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부적절한 대인관계, 약물의존, 육체적 질병 등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후유증은 같다. 

영화를 연출한 이브 라몽 감독은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로서 2001년 ‘불쾌한 직업’(Mchante job)을 시작으로 최근작 ‘사기’(L'Imposture, 2010)까지 가부장적인 자본주의 체제의 탄압과 비정상성을 고발해 왔다.

◆‘천상의 릴리아’-뉴욕포스트 선정 21세기 최고 영화 3위 ‘선정’

올해 영상제에서 신설된 ‘쟁점:아동·청소년 성매매’ 섹션을 통해 아동과 청소년의 성매매 문제를 집중 조명한 ‘천상의 릴리아’(Lilfa 4-Ever, 2005, 스웨덴)는 올해 상영작 중 유일한 극영화다. 1998년 장편 데뷔작 ‘쇼 미 러브’(Show me love)로 비평과 흥행에서 큰 성공을 거두며 이름을 알린 루카스 무디슨 감독의 작품으로, 지난해 말 뉴욕포스트가 선정한 21세기 최고 영화에서 3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영화제 관계자는 “성매매와 관련한 극영화의 제작 편수가 극히 적어서 제작된 지 꽤 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상영작으로 선정했다. 영화는 스웨덴의 남성 대상 성매매 예방 교육 때마다 보충자료로 활용되고 있을 정도의 수작”이라고 전했다.

영화는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후 황폐한 옛 소련 연방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는 16세 소녀 릴리아가 주인공이다. 생계가 막막한 이 소녀는 일명 ‘러버 보이’(순진한 어린 소녀들을 꾀어 매춘으로 끌어들이는 남자)인 남자친구를 만나면서 성매매 현장으로 유입된다. 단순히 여자의 몸을 소유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에 특별한 의식 없이 성을 사고파는 우리 이웃집에 살 법한 평범한 사람들을 보여줌으로써, 성 구매자들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준다.

◆‘꿈꾸는 카메라’-성매매 거리 아이들의 렌즈 통한 미래 찾기

성매매에 있어 타자화된 시선이 아닌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담아낸 영상도 있다.

‘꿈꾸는 카메라’(Born into Brothels, 2003, 인도)는 인도 콜카타의 성매매 거리에서 자라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어릴 때부터 자신들이 성장하면 성매매를 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당연시하던 아이들은 영화를 연출한 자나 브리스키 감독이 건넨 카메라를 받아들면서 희망을 일군다. 카메라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게 된 아이들은 자신들의 학비 마련을 위한 사진전을 여는 등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영화는 성매매 집결지를 조명함으로써 성매매를 단순한 남녀의 이분법적인 문제가 아닌 가족과 아동의 문제로까지 확대한다. 또래보다 지나치게 조숙한 아이들은 영화 초반에 “부자가 되고픈 생각은 없어요. 인생이란 원래 슬프고 힘든 거잖아요”라고 말할 정도로 비관적이다. 그러나 후반 전개에서 보인 “사진 속에 슬픔이 들어있어서 직면하기 힘들다 해도 우린 바라봐야 해요. 그게 진실이라니까요”라는 의지는 영화가 우리에게 건네는 희망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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