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인물, 세 개의 에피소드가 한 편의 영화로

 

영화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옥희의 영화’는 옥희가 1년 간격으로 두 남자와 각각 겨울 아차산을 찾은 경험을 담았다. 옥희와 진구의 모습.   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영화의 마지막 에피소드인 ‘옥희의 영화’는 옥희가 1년 간격으로 두 남자와 각각 겨울 아차산을 찾은 경험을 담았다. 옥희와 진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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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지 이엔티 제공
제67회 베니스영화제 공식경쟁부문 오리종티 폐막작으로 선정되면서 화제를 모은 홍상수 감독의 ‘옥희의 영화’가 베일을 벗었다.

홍 감독은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로 데뷔했다. 이후 ‘오!수정’ ‘생활의 발견’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하하하’까지 꾸준히 ‘웰메이드’ 영화를 선보여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고 두터운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고 있다.

‘옥희의 영화’는 진구(이선균), 옥희(정유미), 송 선생(문성근) 세 인물이 네 가지의 다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일종의 옴니버스와도 같은 영화다. 인물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애틋한 정서가 각 이야기 사이의 겹침과 차이를 만들어내며 각 이야기를 하나로 모은다.

세 개의 에피소드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 느껴진다. 영화의 첫 에피소드 ‘주문을 외울 날’은 영화과 시간강사 진구와 학과장 송 교수의 에피소드를 담았다. 둘째 에피소드인 ‘키스 왕’에서 진구는 영화과 학생이고 송 선생은 시간강사로 나온다. 진구는 여학생 옥희를 짝사랑해 고백하지만 사실 옥희는 송 선생과 비밀 연인 사이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송  선생이 영화감독으로 등장한다.

‘옥희의 영화’에서 옥희는 만 1년을 사이에 두고 진구와 송 선생과 함께 겨울 아차산을 찾았던 경험을 영화로 제작한다. 바로 이 부분에서 그동안 두 개의 에피소드에서 타자화되던 주인공 아닌 주인공 ‘옥희’는 제 목소리를 갖게 된다. 자신이 만든 영화 속에서 옥희가 “12월 31일에는 나이든 분과 가볍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갔었고, 1월 1일에는 젊은 남자와 신년 기분을 내려고 갔다”고 내레이션을 할 때, 한 장소에서 두 남자와의 추억을 간직한 여자의 죄책감과 흥분감이 극명히 드러난다.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같은 배우들이 이름만 같고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홍 감독의 전작인 ‘극장전’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처럼 1인 다역을 하고 있는 배우들에 대한 정의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상상력에 맡겨진다.

감독을 제외한 4명의 촬영 스태프가 5000만원의 제작비를 들여 13회 차의 촬영만으로 만들어낸 초저예산 실험작인 ‘옥희의 영화’가 상업영화 일변인 국내 영화계에 일으킬 반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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