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최근 급증하고 있는 청소년 자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공부는 많이 하지만 행복하지 않은 우리 청소년을 책임지고 있는 부모들에게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가장 많이 강조하는 단어가 바로 ‘자녀와의 소통’이었는데 최근에는 이 소통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부쩍 많아진 듯하다. 6·2 지방선거 결과 다른 당의 파트너를 갖게 된 수장들로부터 그리고 화려하게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부처의 리더에 이르기까지 첫마디를 ‘소통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하는 분들을 쉽게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소통에서 간과하기 쉬운 것은 소통이란 파트너가 대등한 관계에 있을 때 가능하기 때문에 부모-자녀 관계 같이 대등하지 않은 관계에서는 상대적으로 권력을 더 가진 자의 인내와 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흔히 높으신 분들이 소통으로 약속하는 ‘잘 듣기’는 적어도 대등한 파트너가 자신의 입장을 동등한 수준으로 이야기한다는 전제 하에 출발한다. 닫힌 귀를 열고 마음을 열어 잘 듣는다는 것은 정치적 지향이 다른 파트너처럼 대등하게 서로의 주장을 하는 관계에서는 가능한 일이지만 부모-자녀 관계나 혹은 영향력에서 차이가 있는 집단의 관계에서는 바로 적용되지 못한다. 먼저 소통의 전제조건이 성립돼 있어야 가능하다. 왜냐하면 상대가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꺼이 표현할 수 있는 그리고 표현하려고 하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그래서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자녀와의 소통을 이야기할 때는 소통의 전제조건을 먼저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생이 200명을 넘어서면서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도 자녀와 좋은 관계를 갖고 싶어 하고 자녀와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부모님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 청소년 자녀와의 관계에서 핵심은 소통이지만 소통을 위한 핵심은 자녀에 대한 진심어린 애정과 관심이며, 결국 의사소통 훈련이란 부모님이 그런 애정을 갖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청소년 자녀에게 알릴 것인가 하는 문제다.

듣기는 말하는 상대가 있어야 가능한 것으로 상대가 기꺼이 표현하기까지는 우선 신뢰관계가 구축돼 있어야 가능한 법이다. 내 생각과 태도를 표현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야 가능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상대에게 내 희망을 표현해도 어떤 불이익도 받지 않는다는 확신,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단어가 아니라 내 소망을 표현해도 상대가 들어줄 거라는 믿음, 그리고 기꺼이 상대가 내 바람을 알게 된다면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이러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상대가 원하는 말을 골라 하게 되고 진심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입을 닫게 된다. 더구나 그것이 평등한 관계가 아닌 권력관계에 한쪽이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결국 중요한 것은 상대가 솔직한 생각과 태도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나를 신뢰하는가다. 상대가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나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다. 내가 정말로 들어야 하는 것은 상대의 언어가 아니라 사실은 기꺼이 이야기하려는 의지이자 나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 우선이다. ‘잘 듣겠습니다’라는 말에 숨은 의미는 아마도 ‘저에게 이야기하실 수 있습니다’가 될 것이다. 특히 영향력이 많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더 낮아져야 하는 이유는 그래야만 상대의 표현을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은 대등한 사람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대가 나를 높다고 여기는 한 그는 나와 소통하기를 원하지 않을지 모른다. 내가 상대의 눈높이로 낮추는 것이 소통의 지름길이다. 자녀와의 소통을 원하는 부모든 국민과의 소통을 표방하는 정치인이든 원칙은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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