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세계 물주간’ 회의의 꽃은 ‘스톡홀름 물 대상’ 시상식이다. 올해로 20번째 수상자를 맞는 이 상은 물 관련 분야의 가장 명예로운 상으로 꼽힌다. 스웨덴의 존경받는 국왕 칼 구스타프 16세가 공식 후원자이고, 1만5000달러의 상금과 크리스털 전문회사 오레포르스(Orrefors)가 디자인해 제작한 크리스털 상패가 수여되는 등 ‘물 분야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진다.

스톡홀름물재단이 제정한 이 상은 스웨덴왕립과학아카데미, 국제물협회, 물환경협회와 스톡홀름 시 정부가 후원한다. 매년 3월에 수상자를 발표하지만, 시상은 세계 물주간 기간에 세계 물 전문가와 활동가들이 모인 가운데 행해진다. 올해도 구스타프 국왕이 상을 직접 수여했다.

올해 수상자는 미국 메릴랜드 대학 및 존스 홉킨스 블룸버그 공공보건대학 교수인 리타 콜웰 박사다. 스톡홀름 물 대상 20년 역사상 두 번째로 여성이 수상했다. 수인성 전염병 질환에 대한 개척자적 연구로 이미 전 세계에 알려진 석학인 콜웰 박사는 콜레라에 대한 연구를 통해 수인성 질환의 확산을 막아 매년 12만 명의 목숨을 살리고 있다. 특히 기후가 급변하고, 해류가 바뀌고, 생태계에 이상 질병이 확산되는 요즈음 지구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연구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이번 수상 논문 발표에서 세계 10억 인구가 마실 물이 없고, 25억 인구가 위생시설이 없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정수 방법을 고안해 극찬을 받았다.

콜웰 박사는 지역 여성들의 의상인 ‘사리’에서 이름을 본뜬 사리문화권이라고 불리는, 물 사정이 가장 열악한 서남아시아 지역의 정수 방법을 고안해냈다. 오래 입어서 낡은 사리를 몇 겹으로 접어서 물을 정수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 평생 입는 사리 옷으로 물을 깨끗이 할 수 있다는 연구를 부산물로 내놓아서 안전한 물이 부족한 서남아시아인들의 물 사정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콜웰 박사는 개막식의 마지막 연사였다. 9월 6일 개막식의 사회자는 주관 단체인 스톡홀름국제물기구(SIWI)의 국장인 세실라 마틴슨씨인데, 언뜻 보기에 7, 8개월쯤 돼 보이는 임신부였다. 이 사회자가 그 무거운 몸으로 무대를 뛰어다니며 오르락내리락 역동적으로 사회를 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강사를 소개하고, 기념패를 주고 그야말로 신나는 사회였다. 스웨덴 국제발전협력부 장관, 케냐 환경부 장관 등 각국 여성 리더들의 강연이 이어진 가운데 제일 마지막으로 단상에 오른 올해의 수상자이자 주인공인 콜웰 교수. 회색빛 머리에 76세의 늙음이 더욱 빛나 보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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