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지수’ 20대 여성이 가장 높다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전혀 고통스럽지 않으면 0점, 보통이면 5점, 아주 고통스러우면 10점으로 대답해 주십시오”라는 질문에 평균 ‘5.05’점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이하 5.14점, 30대 5.09점, 40대 5.09점, 50대 5.06점, 60대 이상 4.88점이었다. 젊은 여성일수록 고통점수가 높다는 것이 확인됐다.

단순한 고통점수와 달리 ‘고통지수’ 관점에서 살펴보면 연령대별로 다른 양상을 보인다.

분석 결과, 전체적으로 한국 여성의 고통지수는 ‘고통스럽다’(6~10점)는 비율이 20.3%인 반면, ’고통스럽지 않다‘(0~4점)는 비율이 16.5%였기 때문에 ‘1.46’으로 나타났다. 즉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갈 때 ‘고통스럽다’고 응답한 사람이 ‘고통스럽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령대별로 고통지수를 살펴보면, 20대 이하 젊은 여성의 고통지수는 ‘1.54’였다. 30대는 ‘1.84’, 40대는 ‘1.63’, 50대는 ‘1.87’, 60대 이상은 ‘0.78’로 나타났다. 60대 이상 고연령층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층에서 여성 고통지수가 1보다 크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사회가 실질적인 양성 평등이 구현되지 못한 상태에서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당하면서 일방적인 희생이 강요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일까. 조사 결과, ‘가사·양육 등의 전담’이 38.2%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으로는 ‘경제적 어려움’(27.1%), ‘일방적 희생 강요’(15.3%) 순이었다.

관심을 끄는 것은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고통스럽다’(고통점수 6~10점)고 응답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실제로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파악해 본 결과, 연령대별로 확연하게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20대 이하는 ‘가사·양육 등의 부담’(43.8%), 30대는 ‘여성에 대한 차별’(45.9%), 40대는 또다시 ‘가사·양육 등의 부담’(46.9%), 50대는 ‘일방적 희생 강요’(51.2%), 60대 이상은 ‘경제적 어려움’(85.7%)을 지적했다.

한편, 한국 여성이 전반적인 생활을 고려할 때 주관적으로 느끼는 생활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만족한다’는 응답은 26.2%(‘아주 만족한다’ 2.7%+‘대체로 만족한다’ 23.5%)로 나타난 반면, ‘만족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4.7%(‘별로 만족하지 않는다’ 17.5%+‘전혀 만족하지 않는다’ 7.2%)로 나타났다. ‘만족’과 ‘불만족’의 비율이 반반 정도로 나타났다는 것이 이채롭다. 이를 100점 만점으로 환산해보면 보통(50점)에 근접한 평균 49.3점으로 나타났다. 이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대 이하 49.0점, 30대 56.1점, 40대 48.1점, 50대 48.4점, 60대 이상 44.1점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것은 일부 연령층에서는 주관적 삶의 만족점수와 고통점수 간에 불일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30대의 경우, 고통점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높았으나, 만족점수 역시 상대적으로 가장 높았다. 반대로 60대 이상의 경우, 고통점수는 가장 낮았지만, 만족점수는 가장 낮았다. 60대 이상 고연령층 여성의 경우 고통을 참기 때문에 고통점수가 낮을지 모르지만 삶의 불만족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나’를 희생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는가를 조사한 결과, ‘고민해보겠다’로 선택한 응답이 47.0%, ‘기꺼이 하겠다’ 44.7%, ‘절대 못 하겠다’ 8.3%로 나타나 한국 여성들은 대체로 ‘나’보다는 가정을 우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령대별·지역별 맞춤 정책을

이때 주목할 만한 사실은 연령대별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 ‘기꺼이 하겠다’는 비율이 예상대로 60대 이상 고연령층에서는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특히 30대 연령층에선 20대(30.7%), 40대(31.2%), 50대(32.7%)보다 훨씬 높은 40.4%였다.

대한민국 여성의 행복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전체 응답자의 반수 이상(54.4%)이 ‘건강’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경제적 여유’(19.3%), ‘화목한 가정’(10.4%), ‘자아존중감’(5.0%), ‘자녀’(4.3%), ‘성공’(3.2%) 순이었다.

행복 조건 첫째는 ‘건강’

결혼 최우선 조건은 ‘사람됨’

대한민국 여성이 생각하는 결혼의 최우선 조건은 ‘인성’이 32.5%, ‘나와의 성격 조화’ 27.2%, ‘신뢰’ 13.5%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장래성’(10.1%), ‘재산’(7.8%), ‘가족 배경’(1.8%)은 이보다 낮게 나타나 결혼에 있어 최우선 조건은 능력보다는 사람됨을 우선시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 간 실질적인 평등이 이뤄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가사노동 분담’이 32.2%로 가장 높게 나왔다. 그 다음으로 ‘육아 분담’ 21.6%, ‘임금 격차 해소’ 14.6%로 나타났다. 주목해야 할 것은 2008년 비슷한 유형의 조사에서는 ‘임금격차 해소’(23.2%)와 ‘취업차별 금지’(19.9%)가 가장 높게 나왔고 ‘가사노동 분담’(18.2%)과 ‘육아 분담’(10.2%)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가사노동 분담’과 ‘육아 분담’이 차지하는 비율이 급상승하면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가사노동 분담’의 경우, 20대 이하 25.6%, 30대 28.9%, 40대 28.9%, 50대 39.6%, 60대 이상 39.8% 등 연령이 증가할수록 차지하는 비율이 상승했다. 30대에서는 다른 연령층과는 달리 ‘임금격차 해소’(22.0%)를 지적하는 비율이 ‘가사노동 분담’(28.9%)과 ‘육아 분담’(24.3%)과 비슷한 수준에 이를 정도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번 여성신문과 KPSI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성 의식’ 조사 결과, 주목할 만한 대표적인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여전히 ‘고통스럽다’는 인식이 아직 높다는 점이다. ‘고통스럽다’는 비율이 ‘고통스럽지 않다’는 비율보다 1.46배 높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준다.

둘째, 주관적 삶의 만족도도 100점 만점에 49.3점에 이를 정도로 아직 보통에도 못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고통스러우며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응답한 비관적 응답층(8.9%)이 ‘고통스럽지 않으며 삶이 만족스럽다는 낙관적 응답층(7.2%)보다 많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앞으로 여성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실제로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파악해본 결과, 연령대별로 확연하게 차이를 보였다. 이런 조사 결과는 향후 여성정책이 연령대별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다.

☞‘고통지수’란

이번 설문조사 결과 분석에서 최초로 제시된 ‘고통지수’는 평소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통의 정도를 개량화한 수치다. 구체적으론 ‘고통스럽다’의 비율을 ‘고통스럽지 않다’는 비율로 나눈 수치다. 따라서 이 수치가 1이면 ‘고통스럽다’와 ‘고통스럽지 않다’는 비율이 동일하다. 수치가 1보다 크면 ‘고통스럽다’는 비율이 ‘고통스럽지 않다’는 비율보다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1보나 낮으면 ‘고통스럽다’는 비율이 ‘고통스럽지 않다’는 비율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고통지수는 세대별 편차뿐만 아니라 지역별 편차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역별로 고통지수를 살펴보면 인천·강원 지역이 ‘3.34’로 가장 높고, 충청권과 호남·제주권이 ‘1.00’으로 가장 낮다. 전체 전국 평균 고통지수는 ‘1.46’.

고통지수에 대한 이 같은 세대별·지역별 편차는 중앙·지방 정부가 여성정책을 수행할 때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양성에 의한 ‘맞춤’ 정책을 섬세하게 개발해야 할 것이라는 시사점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