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땜에 죽을 것 같은 엄마…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
“아버지 땜에 죽을 것 같은 엄마…보고만 있을 수 없었어요”
  • 김수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9.17 11:47
  • 수정 2010-09-17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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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피해 자녀에게 ‘존속살해’ 처벌은 가혹…정당방위 적용해야
폭력 가정의 아이는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구타 당해
“피해 아동, 알코올중독이나 살인사건 목격 유사한 충격 받아”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아메리칸 크라임’.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가정폭력이 얼마나 아이들을 황폐하게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여성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된 ‘아메리칸 크라임’. 실화를 다룬 이 영화는 가정폭력이 얼마나 아이들을 황폐하게 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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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1일 제주에 사는 열여덟 살 고교생 정현이(가명)는 아버지(47)를 흉기로 찔러 중태에 빠지게 했다. 정현이의 어머니(46)는 자신이 남편을 찔렀다고 주장하며 아들의 범행을 덮으려 했지만, 정현이는 사건 발생 2시간여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존속살해미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정현이는 가정폭력 피해자다. 평소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가 사건 당일에도 어머니를 폭행하자 이를 말리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게 된 것.

상습적이고 지속적인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가정에서 가해자를 살해하는 일은 드물지 않다. 폭력에 시달리던 아내가 남편을 죽이는 일뿐만 아니라, 폭력의 대상자이자 목격자인 자녀가 가해자 아버지를 죽이는 일도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8일 서울 천호동에서 20대 아들이 집 앞길에서 평소 술을 마시면 수시로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에게 항의하다가 아버지가 흉기로 자신을 위협하자 흉기를 빼앗아 찌른 사건이 있었다. 앞선 10월 20일에는 경남 거제에서 20대 아들이 아버지가 어머니를 폭행하자 격분해 주먹으로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일도 발생했다. 같은 해 8월 18일 부산에서는 40대 아들이 술에 취해 어머니에게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하는 70대 아버지를 넘어뜨려 숨지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폭력의 피해자인 어머니는 자식이 남편을 살해하는 과정에서 기막힌 원인 제공자가 된다. 사건이 난 후 어머니들은 하나같이 아버지를 우발 살해한 자식을 대신해 살인 누명 쓰기를 자처하고 “내 자식을 살인자로 몰게 될 줄 알았으면 진즉에 이혼했을 걸…내가 우리 아이를 살인자로 만들었어요”라고 오열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문제는 이런 사건에 적용되는 ‘존속살해’ 혐의와 이에 따른 가중처벌이란 법 현실이 사건 발생의 원인인 ‘가정폭력’을 감안해 볼 때  무리가 있다는 점이다. 존속살해는 ‘효’라는 전통적인 도덕규범을 파괴한 ‘패륜범’으로 가중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들이 ‘가정폭력의 피해자’이며 “이들의 비극은 가정폭력을 방치한 사회가 책임져야 할 일”이라고 지적한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9일 저녁 광화문 거리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에 의한 우발적 가해자 살인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며 퍼포먼스와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 sumatriptan 100 mg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9일 저녁 광화문 거리에서 가정폭력 피해자에 의한 우발적 가해자 살인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며 퍼포먼스와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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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더구나 폭력 가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이 자식인 경우, 재판부와 여론의 시선은 더욱 냉담하다. 다소 예외가 있었다면 2005년 강릉에서 일어난 한 여중생의 친부 살해 사건 정도다. 당시 이 여중생은 술에 취해 자신과 할머니를 폭행하는 아버지를 넥타이로 목 졸라 죽였다. 하지만 검찰은 여중생의 살인에 대해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리고 죄명을 ‘존속살해’에서 ‘존속 폭행치사죄’로 변경해 불구속 기소하고 석방했다. 당시 여중생의 정당방위를 주장한 여성단체들과 국회의원들은 법 개정 및 사법당국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여중생의 구명을 위한 활동을 벌여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이 모아졌으나 이 역시 ‘반짝’ 관심에 그치고 말았다.

한국여성의전화 정춘숙 공동대표는 “폭력가정의 자녀들은 오랜 시간 폭력 피해에 노출돼 있어 분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피해 여성(어머니)과 유사한 심리상태를 나타낸다. 때문에 남편을 살해한 여성들에게 (아직 재판부의 판례는 단 1건도 나오지 않았지만) 정당방위를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맥락에서 그 자녀가 저지른 가정폭력에 의한 살인 행위에도 정당방위가 적용돼야만 한다. 획일적인 ‘존속살해’를 적용해 가중처벌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2007년 가정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남편의 첫 폭력 발생 시기가 결혼 1년 이내’인 경우가 68.4%로 나타났다. 이는 폭력가정의 아이들 대부분이 아주 어린 시절, 심지어 태중에 있을 때부터 폭력에 노출돼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외 가정폭력 연구자들에 따르면 “자신이 구타당하지 않았으나 어머니의 구타를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아동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Hughes, 1988)” “자녀가 부모 간 폭력에 노출됐을 때 그 효과는 알코올중독, 그리고 심지어는 살인을 목격한 경우와 유사(Rutter, 1979)”하며, “아내 구타 가정의 자녀가 겪는 문제는 최소한 일종의 심리적인 소홀 또는 정서적 학대의 범주(신혜섭, 2000)”에 속한다고 한다.

여성의전화 가정폭력상담소 김홍미리 상담부장은 “요즘 사회적으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아동성폭력 사건만큼이나 가정폭력에 노출되는 것은 아이들에게는 평생을 좌우할 만큼의 큰 사건”이라고 말한다. “이제는 식상해진 가정폭력 문제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이 결국 살인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1997년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되고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나 여성가족부 조사에 따르면 2007년 현재 가정폭력발생률은 50.4%로 2가구 중 1가구에서 가정폭력이 발생할 정도로 일상에 만연돼 있다.

또 다른 문제는 현재 가정폭력 피해 여성의 자녀가 남자 청소년인 경우 쉼터에 함께 입소하지 못하고 청소년 쉼터로 분리돼 가야 한다. 이 경우 어머니와 아들 모두 쉼터에 가지 않고 찜질방 등을 전전하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경우도 많아 가정폭력의 폐해와 비극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국가와 사회가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적극 보호하지 못할 때 피해자 여성과 그 자녀들은 ‘살기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살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선택’한 ‘생존법’은 가정폭력을 방관한 사회 모두가 책임져야 할 문제인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는 9일 저녁 광화문 일대에서 연속되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의한 가해자 살인사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며 거리행진과 퍼포먼스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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