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산 지킴이 서은주 주부
금천구 호암산 지킴이 서은주(48·금천구 독산동·사진)씨는 세 아이의 엄마다. 주민들은 그를 환경 인재로 추천하는 데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마을 뒷산 자락에 있는 체육공원 화장실에 가보면 그 이유를 금방 알 수 있다.
‘숲 속 동화 마을’에 들어가 이야기 하다 보면 푸른 숲 가꾸기에 대한 서씨의 열정을 읽을 수 있다.
서씨는 22년 전 결혼하며 독산동에서 터를 잡고 살다가 남편 직장을 따라 경기도 시흥으로 이사해 10년간 살았고, 다시 2002년 본가로 돌아왔다.
그 때 그는 10년 전 모습 그대로인 마을을 보고 놀랐다고 한다. 자고 나면 빌딩이 들어서는 서울에서 독산동은 그 흔한 아파트 한 채도 보이지 않았다. 골목마다 쓰레기 냄새가 진동했고, 비만 내리면 하수구가 넘쳤다. 뒷산에서는 토사가 쏟아져 내리고 좀도둑이 극성을 부렸다.
무엇보다 청소년 탈선문제가 시급했다. 시흥시에서 했던 성교육 강사 경험을 살려 금천 청소년 쉼터에서 자원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일탈 청소년들의 가정환경에 대한 관심이 지역 환경으로, 자연환경으로 그 반경을 넓혀갔다. 2005년에는 ‘청소년 생태탐사반’을 만들고 ‘금천 생태포럼’의 주역이 됐다. “어느 누구도 자연으로 향하는 눈이 없었다”는 그의 회고에서 그간의 고충이 느껴진다.
두 달 준비 과정을 거쳐 6월에 문을 열었다. 화장실 느낌을 줄이기 위해 ‘꽃들에게 희망을’(트리나 폴러스) 책 속 삽화를 패널로 만들어 사방에 걸었다. 주민들의 호응이 컸다. 도서 기증자도 늘어났다. 서너 평 공간에 500권을 소장한 미니 도서관으로 면모를 갖추었다. ‘숲 속 동화 마을’ 간판도 달았다.
잉벌로 1500(금천구 옛 지명)년 역사가 흐르는 자연환경을 아이들이 마음껏 누리게 해주고 싶을 뿐이다. 그의 소망대로 아이들에게는 오감 체험과 인지발달 수업이 되고, 청소년들에게는 호연지기와 성인들에게는 재능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