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취업하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다. 한창 일할 나이의 청년들도 취업대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어느 날 우연히 전문 인력 모집 공고를 보게 됐다. 한국 사람들과 함께한 10년의 시간과 경험을 믿고 당당히 한국 사람들과 겨뤄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겁없이 서류를 접수했다. 후에 그 일은 까맣게 잊고 있던 중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서류 합격이 됐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는 내용이었다.

모집 요강에는 ‘중국어, 영어 능통자 우대’라는 조건이 기재돼 있었다. 회사에서는 중국 조선족인 내가 중국에서 태어나 중국어를 잘 구사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터다.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부푼 마음을 안고 면접 장소로 향했다. 면접장에는 나를 포함해 두 명이 있었다. 다른 한 명은 한국인으로 전에 다문화사회 이해 수업을 같이 들었던 분이었다. 내 순서가 먼저였다. 면접관의 질문에 긴장하며 대답을 했다. 예감에 어쩐지 ‘나는 아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는 상대방에 비해 결혼이민자인 나는 주눅이 들었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의 교육체계는 비슷하나 그 내용은 차이가 있다. 컴퓨터 수업 같은 경우 한국은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을 통해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은 학원이라든지 방과 후 활동이 활성화돼 있지 않아 수업을 받을 기회가 거의 없었다.

또 중국은 2001년쯤부터 컴퓨터를 보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컴퓨터를 만질 기회도 흔치 않았다. 그래서인지 내 세대에서는 대학을 나왔다 할지라도 한국인처럼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면접관은 컴퓨터를 잘 다룰 수 있는지 물었다. 결혼으로 한국에 와 얼마 되지 않아 생활전선에 뛰어들다 보니 컴퓨터에 관한 지식이라고는 어깨너머로 배워 간단한 조작 정도가 전부였다. 면접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취업난의 자격증시대에 달랑 중국에서 취득한 초등학교교사 자격증 하나를 갖고 한국인과 겨루려는 나 자신이 한심하게 여겨졌다. 이미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불합격 소식을 접하니 씁쓸했다. ‘처음부터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지 말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또다시 한국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하지만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결혼이민자는 안 된다는 편견을 버리고 부족한 나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해 각종 자격증 취득을 위해 매진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준비된 자세로 취업전선에 임한다면 언젠간 높은 한국의 문턱도 낮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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