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신화 소재로 한 창작극 ‘바리데기’ 공연 큰 호응
강씨는 스페인 유학생이던 남편을 만나 결혼한 후 2001년 스페인으로 이주해 현지 말라가 지역의 말라가연극학교에서 연극연출을 공부했다. 지금은 스페인 무 테아트로(Mu Teatro) 극단에서 연출가로 활동 중이다.
그는 올해 스페인 중앙정부의 아시아 문화정책 담당 부서인 카사 아시아(Casa Asia)와 말라가 지역 정부의 지원금으로 창작극 ‘바리데기’(Princesa Bari)를 만들어 말라가 외에도 마드리드, 미하스 등 스페인 전역에서 공연하고 있다.
바리데기는 한국 전통사상이 담긴 무속신화로, 세계인의 눈높이에 맞춰 각색돼 호평을 받았다. 강씨는 부모에게 버림 받은 주인공 바리가 친어머니를 위해 약수를 구하러 떠난 후 결국 부모를 살리고 용서하는 내용에 주인공이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고민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그는 “모녀관계 같은 여성적 역할을 떠나 ‘나는 나’라는 자아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에서 많은 관객이 공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 감독이 만들고, 여성 이야기를 담은 창작극이란 점은 대다수 극작가와 연출가가 남성인 스페인에서 연극이 주목받을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작품을 거듭할수록 남성 감독들과 같은 방법으로 같은 작업을 하면 경쟁이 안 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여성운동가는 아니지만 내가 여성으로 가진 특성을 활용해 작품에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씨는 이 작품에서 연출뿐 아니라 극본도 담당했다.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신체극적 요소가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
무용과 해동검도 등 전통무술에 아크로바틱 요소를 도입해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했다.
특히 바리가 약수를 지키는 신인 무장승과 사랑을 나누는 안무는 둘 사이의 애틋한 감정을 오롯이 녹여낸 작품의 백미다.
[img2[강씨가 스페인에 가기 전 완성한 극본들은 요즘도 국내 무대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난해 인천시립극단이 정기공연 ‘닭집에 갔었다’(위성신 연출)를 선보였고, 올해 전국연극제경기도대회에서 극단 동선이 ‘기억 저편’을 출품해 희곡상을 받았다.
“스페인에서 만든 작품들, 특히 우리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바리데기’를 꼭 한국에서 공연하고 싶다. 지금까지 작품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게 된 것도 감사하지만, 여기서 그치고 싶지 않다. 한국과 스페인 문화 교류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