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딸의 첫 여행
엄마와 딸의 첫 여행
  • 조혜영 / 아행 프로젝트 40대 홍보대사
  • 승인 2010.09.10 11:23
  • 수정 2010-09-10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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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유난히 날씨가 덥고 후덥지근해서 집에서 서연이와 낑낑대느라 고생하다 불현듯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년 이상 참고 있었던 여행병이 슬슬 꿈틀거렸다. 서연이가 첫돌이 지나면 해보고 싶은 일이었다. 엄마와 딸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아직 아기라 안전하고 깨끗한 곳을 찾아 인터넷으로 이곳저곳 뒤지다 포천 산속에 있는 깔끔한 펜션을 찾아냈다. 가까이에 수목원도 있고 펜션에는 스파도 있어 둘이 여행하기 좋은 곳이라 생각돼 그곳으로 향했다.

서연이는 100일 지나면서부턴 카시트에 앉아 있는 것을 습관 들이더니 이젠 제법 익숙하게 차를 타면 카시트에 앉아 놀기도 하고, 자기도 하면서 자동차 여행을 즐긴다. 저녁 무렵 도착한 숲속에 있는 집은 작은 잔디마당과 예쁜 흰토끼가 있어 서연이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잔디밭을 아장아장 걸으며 풀의 느낌을 발가락으로 느끼고 촉촉이 젖은 꽃잎을 손으로 만져보면서, 모든 게 신기한 서연이는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는 듯했다.

토끼를 처음 본 서연이는 “어~어” 소리 지르며 즐거워했고, 주인 아주머니가 쥐여 준 콩잎을 직접 토끼에게 먹여주기까지 했다. 비 온 뒤라 맑고 투명한 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이곳에서 마당에 있는 그네에 앉아 도란도란 한여름 늦은 저녁시간을 즐겼다.

저녁을 먹고 둘만 오붓하게 스파를 했다. 목욕을 좋아하는 서연이는 엄마와 함께 발가벗고 하는 목욕을 즐기려는 듯 연신 손으로 물장난을 하면서 즐거워했다. 낯선 풍경, 낯선 공간이 신기하고 새롭게 느껴졌나 보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이런 시간을 즐기는 듯했다.

다음날 밤새 천둥번개가 치며 폭우가 내리더니 아침엔 언제 그랬느냐는 듯 맑게 갰다. 아침 햇살이 맑아 근처 수목원을 산책하고 양평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하루를 더 잔 뒤 바탕골예술관에서 오리, 거위, 강아지와 인사를 나눴다. 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오리도, 거위도, 강아지도 지쳐 있었다. 지치지 않은 것은 서연이뿐인 것 같았다.

처음 떠난 둘만의 여행은 날이 더워 조금 고생스러웠지만 이제부터 엄마와 딸의 여행을 시작하는 첫걸음으로 가능성을 보여준 시도였다. 서연이가 어려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여행은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건강이 없고, 모든 게 준비되길 기다리기엔 또 너무 늦는다. 떠나기 전엔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떠나니 서연이도, 나도 잘 해냈다.

그렇다. 여행이든 무슨 일이든 시작이 어렵지, 출발하면 어쨌든 도착하려고 애쓰게 된다. 아기와 함께 하는 여행이 힘들고 두렵지만 또 이렇게 해내지 않는가. 세상사는 일이 다 그렇듯이.

딸아, 엄마는 너와 함께 가고 싶은 곳이 많단다. 보여주고 싶고, 만지게 하고 싶고, 듣게 하고 싶고, 느끼게 해주고 싶구나. 우리 함께 더 많은 곳으로 세상 구경을 떠나자꾸나. 세상에서 만나는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 것을 꿈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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