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각하는 추석

13년 전 결혼 후 처음 맞이한 명절이 추석이다. 당시를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한국 음식을 하나도 몰랐던 나는 매미가 나무에 달라붙듯 시어머니 곁에서 음식 만드는 법을 하나하나 수첩에 적기 바빴다. 그림도 그려보고 사진도 찍었다. 장을 볼 때도 시어머니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귀찮으실 만한데도 시어머니는 단 한 번도 그런 내색을 보이지 않았고, 차근차근 친절하게 설명해 주셨다.

명절음식 중에서 제일 눈에 띈 것은 제사에 올리는 부침개였다. 반죽을 두껍게 부치는 일본의 ‘오코노미야키’와 달리 얇게 부치는 부침개. 그것도 시어머니는 프라이팬 위에 반죽을 맨손으로 펴서 정말 얇게 부치신다. 내가 그 위에 파, 김치 등을 얹으면 시어머니는 뒤집어서 다시 맨손으로 탁탁 치시고, 딱 누르신다. 그 모습이 너무 멋있게 보여 나도 모르게 감탄의 소리를 냈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장도 혼자 보고 제사 준비도 거의 혼자 하지만, 부침개만은 지금도 시어머니가 하신다. 프라이팬 2개를 갖다 놓고 나란히 앉아 음식을 만들 때, 시어머니의 위대함을 새삼 느낀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송편. 어머니는 매년 추석이 다가오면 뒷산에서 소나무 가지를 꺾어 집으로 가져오신다. 이웃 친구분들과 마당에 앉아 솔잎을 떼고 있는 모습을 보면 평화롭고 훈훈한 느낌마저 든다.

방앗간에서 쌀을 빻아 반죽을 만드시는데, 이것 역시 나는 옆에서 보기만 한다. 매번 해보고 싶다고 해도 어머니는 “배워서 뭐하게? 나중에 내가 없으면 떡집에서 맞추면 되지”라며 웃으신다.

몇 년 전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떡집에서 송편을 맞춘 적이 있었다. 보기에도 좋고 맛도 나쁘지 않았지만 왠지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어머니가 만드신 반죽을 가운데다 놓고, 온 식구가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모습. ‘내 것이 더 예쁘지?’ 하면서 자기가 만든 것을 자랑하는 아이들, 열심히 만들다가 결국 찰흙놀이를 하고 있는 막내 딸…. 그런 모습들을 볼 수 없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부침개에도 송편에도 시어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 조상들을 섬기는 마음, 자식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손자를 사랑하는 마음. 그 깊은 정이 담겨져 있는 보석 같은 어머니의 손으로 만들어진 음식은 정말 꿀맛 같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직도 멀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추석명절은 내게 깨달음을 준다. 정신없이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가족의 소중함과 정을 느끼게 해준다. 매일 보는 얼굴이라도, 매일 같이 밥을 먹어도 함께 있는 가족의 가치와 고마움을 모르면 식구가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그것이 추석이 내게 주는 선물인 것 같다.

이번 추석은 나에게 어떤 선물을 가지고 올까?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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