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 명예훼손 역고소 공대위 발족

 

2000년대 성폭력 추방 운동의 새로운 위협은 가해자들의 명예훼손을 빌미로 한 피해자에 대한 ‘역고소’다. 여성신문은 이를 ‘피해자를 침묵시키는 폭력’(2002.6.28. 682호)으로 피해자에게 이중 고통을 가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가해자의 역고소에 대한 여성계 공동대응의 계기가 된 것은 동국대 K교수가 일본인 여제자 성폭행 사실을 문제 삼은 동료 조은 교수(사회학)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고소다(2002.7.19. 685호). 이에 2002년 7월 10일 여성민우회, 여성의전화, ‘또하나의문화’ 등 20여 개 단체가 ‘성폭력 추방운동에 대한 명예훼손 역고소 공동대책위원회’(공동대표 이오경숙 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최현무 서강대 불문과 교수)를 발족했다. 대책위는 25인의 공동변호인단을 꾸리며 활동했지만, 전문가들은 “명예훼손과 관련해 법적 논리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을 최대 난관으로 지적했다(2002.8.30. 690호). 동국대 사건은 2002년 말 K교수의 역고소에 대해 조은 교수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후 K교수가 자진해 피해 여성에게도 제기한 역고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끝났다.

획기적 전기를 마련한 것은 2005년 4월 19일 대법원이 내린 “성폭력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했더라도 공익을 위한 취지라면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역고소 관련 첫 판결(2005.5.3. 827호). 2001년 K·L 교수가 여제자를 성폭행한 사건에 대해 대구여성의전화가 가해자 실명을 인터넷과 회지에 공개한 후 가해자들이 당시 공동대표였던 김혜순·이두옥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소송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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