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뜨겁게 달궜던 인사 청문회가 김태호 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 두 명의 사퇴로 끝이 났다. 이번 청문회는 ‘죄송 청문회’라고 불릴 만큼 내정자들의 사과가 줄을 이었다.

2000년에 처음으로 도입된 청문회 제도는 시간이 흐를수록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고위 공직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자질과 도덕성이 결여된 인사들이 내정된 것에 대한 국민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문제점이 개선되지 못하는 것일까? 한국과 미국의 인사 청문회 제도를 비교해보면 그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우선, 미국의 경우 백악관이 후보자 인사검증 자료를 의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의원들은 그 자료로 후보자의 신상, 도덕성을 예비 심사하고, 실제 청문회에서는 예비심사에서 문제가 확인된 사항을 심층 검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청와대가 어떠한 인사검증 자료도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야당과 언론들은 어떤 검증 기준에 의해 후보자가 내정됐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정책 검증보다는 도덕성 검증에 치중하게 된다.

둘째, 미국에서는 인사 청문회 대상자에 대해 해당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모두 인준 투표를 한다. 한국의 경우 국무총리와 같이 헌법에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인사에 대해서만 본회의 인준 투표를 해야 하지만 장관과 경찰청장 등에 대해서는 상임위 인준 투표가 없다. 청문회가 끝나면 상임위 차원에서 청문 대상자에 대해 적격 또는 부적격 여부를 판단하는 보고서만이 채택되고, 대통령은 상임위의 적격 여부 판단에 상관없이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 더구나,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후보 선정 기준으로 도덕성보다 능력을 강조할 경우, 대통령의 요구에만 따르는 ‘맞춤형 부실 검증’이 나타나게 된다.

셋째, 미국의 경우 인사 청문 대상자를 선정할 때 국세청, 연방수사국(FBI), 공직자윤리위원회에서 별도로 검증해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기관별로 후보 검증에 대한 상호 경쟁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 때문에 부실 검증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한국의 경우, 국정원, 국세청 등의 도움을 받지만 최종 검증은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고 청와대 인사팀이 담당하기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성이 크다. 이와 같은 취약한 구조적인 요인과 인사권자의 인식의 오류로 인해 한국에서는 청문회 대상 후보 선정과 검증에서 부실투성이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청문회에서 드러난 정책 검증의 부실을 여성정책 측면에서 살펴보자.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여성 고용의 정책 비전과 실천 과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여성 복지 강화와 다문화 가정의 여성 지위 향상 등과 같은 여성 핵심정책 사항에 대한 심층적인 검증은 없었다. 대신 후보자들의 병역 기피 의혹, 불법 다운 계약서 체결 등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만 치중했다.

더 이상 이런 부실 청문회를 계속할 수는 없다. 이번 청문회 후보 선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청와대 인사 담당자들을 신상필벌의 차원에서 문책하고,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 청문회 제도를 벤치마킹해서 도덕성과 정책 검증이 균형을 이룰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대통령의 인사권 남용을 막고, 고위 공직자들의 도덕성과 정책능력을 검증하는 인사청문회 본연의 기능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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