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마지막 해 마지막 달에 영부인 이희호 여사는 행정자치부 등 6개 부처의 여성정책담당관과 그들의 직속 상관인 기획관리실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 필자와 함께 참석한 김범일 기획관리실장은 영부인과 대화하는 가운데 여성 공무원의 승진할당제를 검토하겠다고 피력했다. 다른 부처의 기획관리실장들도 저마다 여성정책에 대한 해당 부처의 구상을 이야기했다.

때마침 북미 지역을 순방하고 막 귀국해 만찬에 배석한 강기원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여성특위) 위원장은 캐나다와 미국의 연방정부 고위직 여성 공무원의 네트워킹에 대해 소개했다.

그로부터 몇 달 뒤 행자부는 관리직 여성 공무원 중점 육성계획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1기관 1여성 국·과장제, 관리직 여성 공무원 육성목표제, 기획·예산·인사·감사 등 주요 보직 여성 배치 등의 방안이 포함됐다. 관리직 여성인력풀 관리 차원에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여성 간부 공무원 명단이 최초로 발간됨과 동시에 여성특위와 공동으로 중앙과 지방 관리직 여성공무원대표자회의를 창설했다. 간부 명단과 대표자회의는 김범일 기획관리실장이 그간 소극적으로 유보해 온 것이었기에 영부인이 초청한 청와대 만찬의 효과는 대단히 컸던 것이다.

여성정책에 대한 영부인의 관심은 대통령 이상으로 영향력이 크다. 김영삼 정부 시절 1995년 9월 손명순 여사의 베이징 유엔 세계여성회의 참석은 참으로 고맙고 놀라운 일이었다.

그 덕에 각 언론사는 베이징 주재 특파원들을 세계여성회의 취재에 투입시키는 등 취재 열기가 뜨거웠으며 우리 정부 대표단은 매일 아침 취재진에게 브리핑을 하느라 동분서주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김영삼 대통령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방안’ 10대 과제를 보고받았다. 김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영부인이 참석했던 세계여성회의를 언급하면서 여성의 사회적 참여 확대를 세차게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해 12월 여성발전기본법이 제정됐다. 뿐만 아니라 통계청에서는 ‘여성의 사회활동 실태 국제비교’와 ‘여성사회지표 개발’을 연달아 발간했으며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매년 발간하고 있다. 성인지적 통계는 이렇게 개발된 것이다.

시대적으로 20세기를 마무리하고 21세기를 맞으면서 우리의 여성정책은 매듭을 짓고 또 풀었다. 손명순 여사가 국제무대에서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하는 데 일조했다면, 이희호 여사는 여성부 신설이라는 대통령의 새천년 메시지를 이끌어내는 데 일조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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