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그리는 여자들의 ‘자기만의 방’
그림 그리는 여자들의 ‘자기만의 방’
  • 정필주 / 여성신문 객원기자
  • 승인 2010.09.03 11:34
  • 수정 2010-09-03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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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문화재단 지원…인쇄공장이 예술창작 공간으로 변신
‘풍부한 무질서’ 주제 입주 작가 20인의 삶과 작품세계 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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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에서 만난 작가 김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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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예술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공개하는 자리가 열렸다. 지난 8월 26일부터 4일간 열린 ‘2010 금천예술공장 1기 입주 작가 오픈 스튜디오&기획전’이 그것이다. ‘풍부한 무질서’라는 제목 하에 열린 이번 행사는 입주 작가 20명이 자신의 작업실에서 작업을 공개하는 ‘오픈 스튜디오’와 이들의 작업을 별도의 전시장에서 전시하는 기획전시로 이뤄져 있다.

오래된 인쇄공장이 서울문화재단의 지휘 하에 예술창작 공간으로 거듭난 것은 지난해였다. 금천예술공장의 개관 후 2개월에서 길게는 2년의 기간을 두고 입주한 4개국 출신의 작가들은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 창작의 둥지를 틀고 있다. 특히 ‘자기만의 방’을 갖고자 하는 많은 여성 작가들에게 정부에서 마련한 창작 공간은 반가운 존재다. 여성 작가들은 창작 공간을 어떻게 ‘체험’하고 있을까.

이번 오픈 스튜디오의 유일한 기획초청 작가인 김명남은 프랑스 베르사유 대학의 판화과 교수다. 17년 전인 1993년 도불한 뒤로 줄곧 프랑스에 거주하다 오랜만에 국내에서 작업하는 기회를 가졌다. 그는 한 아이의 엄마로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작업활동을 하던 프랑스 생활을 뒤로한 채 지난 7~8월 단기 입주 작가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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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리금홍 작가의 설치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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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입주하기 전에는) 학교 가야지, 애 키워야지, 남편 신경 써야지, 할 일이 많았죠. 어차피 그게 결혼하고 사는 모습이긴 해요. 그런데 여기 있으니까 에너지가 축적이 되는 것 같아요. 외국인 작가와 교제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고요.” 

오로지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어 올 여름은 ‘파라다이스’였다고 말하는 그는 예리한 침으로 흰 종이 위에 금천구 지도를 형상화한 작업을 선보였다. 녹내장이 오면서 시력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는 그는 “3년 전부터 ‘내가 눈이 안 보인다면 어떤 작업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다가 구멍을 뚫는 작업을 생각해냈다”고 한다. 독산동 지도를 작업화한 것은 다양한 문화가 혼재된 금천구 지역을 표현하는 그만의 방식이라고 한다. 그 외에 그는 ‘영혼의 기억’이라는 회화설치작업도 함께 출품했는데 프랑스로 떠나기 전 고향마을에서 보았던 햇빛이 준 추억을 더듬은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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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에서 보다 ‘금천구’ 일대의 지역에 주목하는 작가로 이수영·리금홍 듀엣 작가가 있다. 조선족이 모여 사는 가리봉동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삶을 주제로 작업하는 이들은 이번 오픈 스튜디오에서 비행기 수하물에 부착되는 영문 라벨을 활용한 설치작업을 선보였다. 그들의 작업은 주전자, 신발, 그릇 등 일상적인 사물에 ‘수하물 라벨’을 붙인 설치작업들로 금방이라도 ‘떠나고 처리 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수하물 라벨 설치작업을 통해 이동과 정착의 문제를 제기하는 이수영 작가는 “나의 삶은 이주노동자에 비하면 정착 쪽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아티스트로서의 삶은 1년 앞도 불투명한 ‘이동’의 삶”이라고 한다. “환금성이 있는 작업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당장 내년에 내가 어떤 모습으로 있을지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또 다른 참여작가인 김지수씨는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하다 이번 금천예술공장에 입주 작가로 참여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서울 전역을 돌며 찍은 사진을 인화한 뒤 오려내 실로 꿰매는 사진 콜라주 작업을 선보였다. 이를 테면 금천구 독산동의 ‘말미사거리’와 종로구 사간동의 낡은 건물이 한 화면에 합쳐지는 식이다. “공간을 낯설게 보기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계속해서 사람들의 생활공간을 새롭게 보길 희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내러티브가 있는 사진작업을 선보인 조습, 가리봉동의 공간들을 포착해 영상 및 사진작업을 하는 장석준, 남지웅 작가 등이 이번 행사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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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김지수,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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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행사를 총괄한 김희영 금천예술공장 총괄매니저는 “80년대 후반 낙후한 산업단지로 인식되던 구로공단이 새롭게 태어난 것이 금천예술공장”이라고 말하면서 “이방인의 시선에서 ‘금천’이라는 도시 공간을 해석해내는 것에 주력했다”고 이번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작가들의 오픈 스튜디오는 종료됐지만 참여작가 기획전은 금천예술공장 전시실에서 5일까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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