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여성들이 겪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 ‘스트레스 올림픽’이 있다면 금메달은 이미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을 정도다. 외로움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흔한 일이고, 익숙하지 못한 곳에서 말도 통하지 않아 고통을 겪는다. 시골 마을에 사는 이주 여성들은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세대 차이가 많이 나는 노인이기 때문에 더욱 가슴앓이를 하게 된다.

특히,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된 젊은 여성들은 언어와 문화적인 갈등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신하고 입덧하며, 익숙하지도 않은 한국 음식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더욱이 전쟁과 피란 등으로 어렵고 힘들지만 열심히 살아온 시부모와 여유로운 삶을 상상하고 한국에 온 20대 젊은 며느리들은 서로 기대하는 것이 달라 일상적으로 갈등 상황에 놓이기 십상이다.

또 혈연, 지연, 학연 등 한국 사회에서는 인맥이 중요한데 이주 여성들은 가족 이외의 인간관계를 맺을 기회가 많지 않고, 자신 없는 언어능력까지 더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생을 하며 한두 해가 지나고 나면 한국 언어와 문화에 어느 정도 적응하게 돼 생활하는 데 자신감이 생기지만, 이 즈음 양육 스트레스가 새로운 근심으로 자리 잡는다.

자녀의 양육을 어머니만의 고유 역할로 보는 경향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이주 여성들은 아이와의 의사소통도 제대로 안 돼 속상해하며, 자녀가 엄마 때문에 말하기가 늦어지고 배우는 것도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는다.

한국 엄마들은 자녀의 양육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한국 엄마들이 이주 여성들에게 ‘아이한테 이렇게 해주어야 한다’ 혹은 ‘한국에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가르쳐 줄 때는 알려주는 것이 고맙지만, 때론 속상할 때도 있다. 고향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면 한국 엄마처럼 자녀 양육에 자신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고향 생각이 나고 부모 생각도 나며 한국에서는 무엇이든지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전남 장성군 북일면에 거주하는 한 이주 여성(35·몽골)은 “외로워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친구를 만나서 신나게 놀고 싶고, 같이 노래방이라도 가려고 해도 부를 수 있는 노래가 별로 없다. 같은 동네에 알고 지내는 친구가 있으면 이야기라도 하고 싶지만 친구들이 다른 동네에 살아 그것도 어렵다. 잠깐 나들이라도 하고 싶지만 갈 곳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집에서 혼자 외로움을 견디고 있다”고 답답한 심경을 쏟아냈다. 주변의 관심과 배려가 그만큼 절실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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