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9일 경술국치 100주년을 전후해 일본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와 지식인 다수가 ‘강제합병’ 무효를 선언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이중 ‘강제병합 100년 공동행동 한일실행위원회’ 일본 측 상임대표 스즈키 유코(61·사진) 박사는 일본 여성사의 권위자이자 일본군 위안부(위안부)의 세계적 연구자로 단연 주목을 끌었다.

8월 26일 여성가족부 주최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를 이야기 하자’ 정책토론회에 참석, 조용히 경청한 유코 박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양국 국민 간 평화로운 관계 역시 기대할 수 없다. 이 문제를 가슴속 깊이 받아들이고 피해자들의 아픔을 뼛속 깊이 사무치게 받아들여 사과해야만 한다. 일본으로선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유코 박사의 첫마디는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의 고백 이후 2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여전히 답보 상태인 데 대한 안타까움과 미안함에 대한 것이었다. 사실 일본에서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한국보다 훨씬 빠른 1975년부터였다. 같은 해 10월 22일자 오키나와 일간지 ‘류큐신보’ 사회면에 불법체류자로 검거돼 강제추방에 직면한 배봉기씨가 위안부였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 계기가 됐다.

“일본의 시민사회와 여성운동가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루기 시작한 지 어언 20년이다. 그동안 이들은 고령화 됐고 또 많이 지쳤다…일본 내 일부 진보적 지식인들조차 왜 국가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개인 국민이 사죄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국민기금에 대한 견해 역시 오락가락하고 있다. 과거 일본이 저지른 이 끔찍한 전쟁 중 성폭력은 후대, 특히 여학생들에게 꼭 가르쳐야만 한다.”

유코 박사에게 이번 방한이 특히 뜻깊은 것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젠더’(나남·사진) 출간을 겸했기 때문이다. 이 책 중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논란이 치열했던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국민기금)에 대한 정확하고 예리한 분석이다. 그는 이에 대해 “국민기금은 일본이 공적 책임을 회피하고 일본 국민 일반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려는 뜻으로 발족된 것”이라고 강조하며 “국민기금은 피해자와 지원 단체 사이에 갈등·불신·분열을 분주히 조장해왔고, 게다가 기금 설립을 둘러싸고는 일본의 시민단체가 분열되는 양상으로까지 치달았다”고 그 폐해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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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민기금은 2007년 3월 말로 종료됐지만 그해 미 하원 본회의에서 채택된 마이크 혼다 의원의 위안부 결의안에서조차 단순히 ‘570만 달러’라는 규모 때문에 높은 평가를 받는 등 실상이 상당히 은폐돼 있는 상태다.

와세다대 대학원 문화연구과에서 일본사를 전공한 유코 박사는 1987년 이후 지금까지 ‘젠더’를 분석 틀로 위안부 문제에 집중, 관련 저서만도 10여 권에 이른다. 위안부에 대한 학자로서의 그의 관심은 조선사 스터디 그룹 활동을 했던 70년대 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인인 센다 가코나 재일교포인 김일면 등이 쓴 위안부 관련 책에 대해 “내용은 충격적이지만 전혀 젠더 관점이 없어 무익하다”는 결론을 냈고 이에 따라 “전공인 여성사를 살려 여성의 관점으로 위안부 문제를 들여다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됐다. 현재 ‘일한 여성과 역사를 생각하는 모임’ 대표를 맡고 있고, 도쿄경제대, 와세다대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나 같은 연구자는 아무리 권위를 인정받더라도 일본 내에서는 전임을 꿈꿀 수 없는 ‘만년’ 시간강사일 수밖에 없다. 위안부 문제는 결국 천황제와 연결된 것이기에 찬밥 신세를 면할 수 없고 이를 연구하는 학자는 다반사로 무시를 받는다.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런 고난은 충분히 예상했었다. 그러나 위안부 문제가 근본적으로 성차별, 민족차별, 계급차별이란 소신엔 변함이 없다.”

유코 박사의 이번 한국어판 저서는 오랜 세월 친분을 맺고 의견을 나누어온 이성순 한국정신대연구소 소장과 그의 딸 한예린씨(도쿄대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재학, 한국정신대연구소 연구원)가 공동으로 번역 작업을 해 한층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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