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대학생들 사이에서 급부상 중인 토론대회. 웬만한 스펙은 다 흔해진 마당에 토론대회 입상은 경력란에 ‘고(高) 스펙’으로 작용하기 때문. 그래서일까. 최근 케이블 방송 tvN의 ‘백지연의 끝장토론’이 마련한 ‘대학토론배틀’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토론의 승패를 결정해 토너먼트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려내는 배틀에서 최종 우승한 성신여대 팀은 “우승은 꿈도 안 꿨어요. 8월 휴가 계획까지 다 짜놨는데, 토론대회 때문에 엎어졌죠”라면서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1세의 동갑내기인 박가영, 김수빈, 임우희, 김가영, 이미경, 박현아, 신지수, 여민지, 조미나씨와 한보람(24), 이소영(23)씨 등 11명의 멤버는 일찍이 명앵커 ‘손석희의 제자들’로 관심을 모았었다. 그러나 우승을 획득하기까지 어느 하나 쉬운 주제는 없었다. 특히 팀의 의견과 반대되는 주장을 펼칠 때는 ‘빙의’가 돼야 했다고. “고려대 팀과 8강전을 겨룰 때, 주제가 ‘혼전 임신으로 생긴 아이, 낳아야 하나’였어요. 두 팀 모두 ‘낳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었는데 결국 우리가 ‘낳아야 한다’는 것으로 양보했죠. 더구나 자료를 찾고 공부하면서 인정할 수 없는 모순들이 많아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준비하면서 많이 배우고 생각도 바뀐 면이 있어요. 토론할 때는 완전히 ‘빙의’가 돼야 하니까요.”(이소영)
“심사평 중에는 인터넷 뒤져서 읊는 거랑 뭐가 다르냐는 지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도 자료를 찾고 찬반을 나누기 전에 스스로 우리의 생각을 먼저 들여다보는 연습을 했어요.”(김수빈)
이들은 2008년 들어 ‘소통’이 주요 이슈로 뜨면서 토론문화가 중요해졌다는 의견이다.
“여기에는 경제위기도 큰 몫을 한 것 같아요. 사람이 힘들면 다른 사람 얘기는 안 듣고 다들 자기 얘기만 하잖아요.”(김가영)
“무조건 싸워서 이기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먼저 대안이 있고 근거가 있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