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질을 측정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얼마 전 이와 관련해 꽤 눈길을 끄는 신문 헤드라인이 하나 있었다. 우리나라가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선정한 세계 ‘베스트 국가’ 순위에서 100개국 중 15위를 기록했다는 뉴스다. 이는 교육, 건강, 삶의 질, 경제 경쟁력, 정치적 환경 등 5개 부문을 종합평가한 결과로, 교육과 경제 경쟁력 부문에선 100개국 가운데 각각 2,3위를 차지했다고 하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실업률, 소득 불평등, 성차별, 10만 명당 살인사건 비율 등으로 평가하는 삶의 질 부문은 29위에 그쳤다.

바로 이 점이 아쉽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 등 각종 지표를 통해서 봐도 우리 사회의 삶의 질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우리 사회는 그간 경제발전에 치우쳐 ‘삶의 질 개선’을 등한시 해온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삶의 질 개선’은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 될 우리 사회 주요 화두가 됐다. 19세기는 무기의 보유 여부로, 20세기는 경제지표로 평가됐다면 이제는 국민의 삶의 질이 한 나라의 국력을 평가하는 시대인 것이다. 앞선 사례에서 삶의 질을 측정하는 통계로 실업률, 소득 불평등, 성차별, 10만 명당 살인사건 비율 등을 들었는데 그만큼 삶의 질을 측정하는 데 양성평등이나 소외계층 문제, 빈부격차 등이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인지 지난 6·2 지방선거에서도 많은 후보자가 ‘삶의 질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중장기적인 전망 아래 법제도 개선을 비롯한 종합적인 제도 설계 및 이에 따른 조치가 일관성을 갖고 추진돼야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 ‘삶의 질 개선’을 고려할 때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이 있다. 바로 ‘녹색성장’이다. 새로운 사회발전의 패러다임이자 국가비전인 녹색성장은 그간 성장과 발전, 풍요를 추구함에 있어 양적인 기준만을 목표로 추구해 왔던 것과 달리, 환경보존과 경제발전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한 가치와 의의를 지니고 있다.

올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녹색성장 추진이 개인의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65.9%로 높게 나타났다.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해서는 여성의 경우 97.5%, 남성의 경우 92.2%로 여성의 염려 정도가 남성에 비해 약간 높게 나타났다. 가정에서의 에너지 절약 실천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구성원은 남성 응답자의 48.7%가, ‘아내’라고 응답했으며 여성 응답자의 63.5%도 ‘본인’이라고 응답해 가정에서 적극적 에너지 절약 실천 행동가는 대체적으로 여성임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국가전략 추진 체계 내에서 개개인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해서는 여성의 참여 속에서, 생활 속에서 적극적인 녹색실천을 독려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정책개발이 필요하다. 이미 국민이 솔선수범해 실천하고 있는 냉·난방 기기 및 물 사용 절약행동, 에너지 절약형 가정용품으로의 교체, 대중교통 이용해 출퇴근하기, 자전거 생활화 동참 등 정부 장려정책 등도 조금만 더 실천 동기부여가 된다면 녹색생활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또한 그 중에서도 기후변화를 완화시키고자 하는 적극적인 실천의지가 부족한 청년층의 참여 유도를 위해 홍보 강화가 필요하며, 국가전략 추진 체계 내에서 가정 내 여성이 중요한 기여자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녹색성장 추진 체계 내에 여성이 40% 이상 참여하도록 통로를 공식화해야 할 것이다. 특히 에너지 절약과 지구 온난화에 좀 더 민감한 여성을 중심으로 하는 녹색생활 실천 리더로서 주부 육성 지원, 가정 내의 에너지 절감, 녹색 물품 구매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 에너지 절약 실천 가이드 북 개발 등 녹색생활정책이 확산된다면 가족구성원과 우리 국민 모두의 ‘삶의 질 제고’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2010년 11월 우리나라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국격 제고의 밑거름이 될 이번 행사를 계기로 생활 속 녹색실천을 통한 행복한 녹색세상을 위해 국민이 자발적으로 녹색성장을 체감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데도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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