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국회의장 “성희롱 예방교육 받겠다는 정신으로 살겠다”
박희태 국회의장 “성희롱 예방교육 받겠다는 정신으로 살겠다”
  • 이은경 / 여성신문 편집위원
  • 승인 2010.08.27 15:38
  • 수정 2010-08-27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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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화보다는 권고로…“정치인일수록 사회변화에 따른 언행 조심을”
MB-박근혜, 이제까지 잘 지내왔다
…향후 국정운영에 힘 모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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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내 나이가 칠십을 넘었는데…(성희롱 예방) 교육을 받겠다는 정신으로 살겠다.”

8·8 개각 인사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한창 진행 중인 8월 24일, 박희태(72·사진) 국회의장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는 모습을 의장부터 솔선수범해 보여주지 않겠느냐는 여성신문의 집요한 제안에 대한 박 의장의 대변인 출신다운 답변이다. 한편으론 국회의원 대상 성희롱 예방교육 의무화에 대한 완곡한 반대의 표현이기도 하다. 

강용석 국회의원의 성희롱 발언 파문을 계기로 여성신문은 국회·지방 의원들에게 성희롱 예방교육을 받을 것을 적극 권유하고 현황을 공개하는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인터뷰 바로 전날인 23일 국회 사무처에서 대대적으로 전개한 성희롱 예방교육에 의무교육 대상은 아니지만 결국 국회의원이 1명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동영상 교육도 같이 진행해서 다들 많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로 즉답을 피했다.

박 의장은 잊어버릴 만하면 돌발하곤 하는 국회의원들의 성희롱 사건에 대해 “(그것이 성희롱인지를) 몰라서 의원들이 그러는 것이 아니다”라고 전제하며 시대 인식의 변화에 따른 정치인들의 언행 조심을 재차 강조했다.

“예전에는 사회에서 허용되던 것들이 오늘날엔 윤리관이 많이 바뀌어 문제가 되곤 한다. 그런데 정치인들이 시대적 변화를 인식하지 못하고 이런 금기시되는 것들이 아직도 허용되는 것처럼 언행을 함부로 하는 경우가 있다. 언행을 조심하는 수밖에 없고 (사회변화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엔 나도 모르게 말하려다가 ‘앗!’ 하고 멈추고 마는 경우도 있다(웃음). 그래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발언한다.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성희롱 예방) 교육을 할 때 이런 것을 좀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

검사 출신으로 26년간 법조인 생활을 하다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13대 국회에 발을 디딘 후 연속 당선, 6선 의원의 관록을 지닌 박 의장은 사실 춘천지검장 시절 ‘폭탄주’를 만들어낸 ‘원조’이기도 하다. ‘두주불사’(斗酒不辭)란 세간의 평을 들을 정도로 애주가로 알려진 박 의장에게 술자리에서 빈발하는 성희롱을 막을 주도는 없겠느냐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기자의 질문이 뜻밖인 듯 한 차례 웃음 끝에 나온 그의 답변은 폭탄주의 효율성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스스로를 애주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혼자 있으면 며칠이라도 술을 안 먹지만 지인이나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기분좋게 어울리기 위해 먹는 정도랄까. 사실 애주가 소문은 술을 조금이라도 적게 또 즐겁게 마시기 위해 폭탄주를 고안해 자주 마시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폭탄주는 효율적이다. 지역구 관리하는 데도 유용하다. 우리나라 음주문화가 권주와 대작의 문화이다 보니 30~50명이 빙 둘러앉아 있을 때 일일이 한 잔씩 돌려가며 다 마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런데 폭탄주의 경우 네댓 잔이면 다 같이 마시는 게 가능해진다. ‘오늘 나 박희태에게 걸려 폭탄주 엄청나게 마셨다’는 변명도 가능해지고(웃음). 내 주량? 끝에 가선 취해서 생각 안 나지만 동석한 다른 사람이 세기론 15~20잔까지 간 것 같다.”

박 의장은 정계에 첫 진출한 13대엔 지역구는 물론이고 비례대표 출신 여성 의원 보기도 힘들었지만 20여 년이 지난 요즘은 그때에 비해 여성 정치인 수가 열 배 이상 급증한 것 같다며 “앞으로 20년쯤 지나면 남성 국회의원은 없어지게 생겼다”는 특유의 농담을 던졌다. 그러나 여성의 지역구 진출이 부진함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는 “일부러 여성을 (지역구에) 진출시키기보다는 국민의 인식이 바뀌어 여성과 남성 의원을 동등하게 생각하도록 하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다”며 “좋은 여성 의원이 많이 활약해 국민의 인식을 바꾸어 놓아야 한다. 요즘 스타 여성 의원들이 생겨나 격려를 해주고 있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고 피력했다.

박 의장이 생각하는 최고의 여성 우대 방법은 ‘사회진출 확대에 따른 여성 취업기회의 대대적 확대’다. 국회 사무처 내 여성 발탁에 대해선 “취임한 지 석 달이 다 돼가지만 당분간 인사를 진행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인사를 곧 하겠지’라고 직원들이 생각하면 일을 제대로 못할 것 아닌가”라고 못 박은 후 “그래도 좋은 여성 인력이 있다면 적극 기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의장은 한나라당의 원로인 만큼 최근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청와대 회동에 대해 예측하는 바를 넌지시 물어보았다. 그는 무엇보다 두 사람의 파트너십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앞으로 두 분이 힘을 모아 성공적 국정 운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두 분이 안 맞는다고 봐서 그렇지 실제로 안 맞는 게 아니다. 조금만 그러면(이상하면) 다들 밖에서 더 그러는 것 같다. 사이 벌어지고 안 만나고 한 일 별로 없는데.

사실 대선 이후 두 분은 여러 번 만났다. 두 분은 잘 지내고 있고, 이때까지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며, 또 그래야만 한다.”

박 의장의 하반기 국회 운영 방향은 취임 일성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이 바라는 대로 싸우지 않는 국회 만들기”이고 이를 위해 “법을 만들 뿐 아니라 법을 잘 지키는 국회로 국민에게 인식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옛날처럼 세월이 가면 잊어버리고 다음 선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 행태를) 오래 기억하고 직접 의사표현을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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