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1일 이명박 대통령(MB)과 박근혜 전 대표가 회동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 다섯 차례 회동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배석자 없는 두 사람만의 극비 회동이었고, 회동 성과에 대해 양측 모두 만족했다는 점이 크게 다른 점이다.

이번 회동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존재한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보수를 대변하는 언론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대통령이 여당의 실력자를 만나는 것은 중요한 국정행위다. 그런데도 비밀 회동 방식을 택하고, 더구나 회동 결과를 청와대가 당당히 발표하지 않고 박 전 대표 측이 ‘찔끔 공개’ 한 것은 ‘그들만의 정치’일 뿐, 국민을 섬기는 자세가 아니고 국민의 알 권리 충족에도 반한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회동 내용은 “이명박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뿐이다. 그렇다면 언론도 몰랐던 청와대 비밀 만남에서 무슨 말이 오갔을까. 정치적 상상력과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회담 내용을 추론해 보면 크게 세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 6·2 지방선거 참패 이후 두 사람이 협조하지 않으면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없다는 공멸의식 속에서 MB 정부의 성공을 위해 서로 협조할 것을 약속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집권 후반기를 맞는 MB 정부가 성공적으로 출발하기 위해 김태호 국무총리 내정자 인준에 대해 친박계의 협조를 구했을 것으로 본다. 더불어 집권 후반기 핵심 국정 과제인 4대강 사업을 비롯한 친서민 중도실용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지를 요청했을 것으로 본다. 둘째, 대통령이 차기 대선을 엄정하고 공정하게 관리해 정권 재창출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을 가능성이 크다. 회동 직후 친박계 인사들이 한결같이 “회담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 점이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박근혜 전 대표가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개헌론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개진했을 개연성이 크다. 셋째, 천안함 사건으로 표출된 취약한 국가 안보와 경직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으로 추론된다. 한 친박계 의원이 박 전 대표가 회동 내용에 대해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언급한 것이 이런 추론을 가능케 한다. 박 전 대표의 대북 특사설이 나온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본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만나 화합의 정치를 피력한 것은 향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고무적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비밀 회동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두 사람의 회동을 통해 국민이 진정 듣고 싶었던 것은 향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비전과 가치였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들 교수는 한 강연에서 “정치인들, 정당 간 논쟁은 당파적이고 분열적이며 정작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다루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지적은 MB-박근혜 회동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MB-박근혜 회동이 단순한 정치적 거래로 끝나지 않고 국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집권 여당의 진정한 변화와 쇄신을 위한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2%’가 더 필요하다. 두 사람은 서로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는 무엇을 버릴 것인가에 주력해야 한다. 그 핵심에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상징하는 계파를 실질적으로 해체하는 대담한 정치 선언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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