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미서비스 예산 모자라 자비 부담 ‘황당’
아이와 엄마 위한 안정된 육아 서비스 절실

얼마 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아이돌보미 서비스 신청을 하러 다녀왔다. 아이돌보미는 맞벌이 엄마나 저소득층 여성의 육아 지원을 위한 시간제 아이 돌봄 서비스다. 주변에 산전·산후휴가 또는 육아휴직을 끝내고 복직한 후배들을 통해 이 서비스가 매우 유용한 것임을 알았다.

나는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았으니 몇 년간 육아에 전념하리라 마음먹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초보 엄마가 혼자 아이를 키우기 쉽지 않고-서연이 아빠는 해외 근무 중이다-낮 시간에 간단한 은행 볼일, 시장보기라도 할라치면 단 몇 시간만이라도 아이를 봐줄 사람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전국 가구 평균소득에 따라 가형, 나형, 다형으로 이용 요금의 차등 지원이 이뤄진다. 다형은 100% 자비 부담이고, 가형과 나형은 일정 부분 정부 지원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예산이 부족해 가형이나 나형도 다형처럼 100% 자비 부담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아이를 낳는 것뿐 아니라 잘 기르는 일이 중요하고 잘 기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아이를 낳을 자신감도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출산장려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육아지원사업 예산이 부족해 일부만 지원되고, 이 또한 언제 예산이 내려와 제대로 지원할지 시기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또 서비스 신청을 위해선 몇 가지 서류를 첨부해 직접 건강가정지원센터에 방문해서 접수해야 한다. 아이 엄마는 간단한 외출조차 쉽지 않다. 직접 방문을 위해선 아이를 맡기거나 데리고 가야만 한다. 센터에선 아이를 위한 일이므로 직접 방문해서 상담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그렇게 한다지만 특별한 상담을 하는 것도 아니다. 얼마든지 인터넷으로 편리하게 가입하고 신청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쨌든 홈페이지에선 회원 가입만 가능하고 직접 방문 접수를 한 후 심사를 거쳐 1~2주 후 접수가 완료되면 그때부터 필요할 때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다.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응급 육아지원 서비스이므로 정기적으로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신청할 경우 돌보미가 수시로 바뀔 수 있단다. 인터넷으로 접수를 받아 돌보미의 스케줄을 고려해 원하는 가정에 배정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2~3회 정기적으로 아이돌보미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아이돌보미가 자주 바뀐다면 아이도, 돌보미도 적응하느라 힘들 것이다. 

우리 서연인 벌써부터 엄마와 떨어지는 분리불안을 느껴 잠시라도 외출을 할라치면 울고불고 난리인데 돌보미마저 안정되지 않는다면 아이는 더 불안해할 것이다. 아이를 더 위하고 엄마를 위한 안정된 육아 서비스는 없는 걸까.

저출산 나라에서 사는 우리에게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일이 이제 개인의 일이 아니지 않은가. 우스갯소리로 잘난 아들은 나라의 아들이고, 찌질한 아들만 내 아이라 하지 않는가. 우리 모두 나라의 잘난 아들로 키우기 위해선 국가와 사회가 함께 돌보고 키워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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