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는 정년 없는 직업…미술선교 활동 전념
올해 73세인 화가 김재임(사진)씨는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후 20회 이상 개인전을 치르면서 근 50년간 작가의 길을 걸어왔다. 그 중 20년 동안은 예원예술학교(중학 과정), 서울예고 강사로 활동했고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던 그는 여성 작가들이 보통 가사와 육아 등으로 창작활동이 단절되기 쉽다는 통설에 반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작업 활동을 해왔다.
“우리 집 아이들이 당번을 정해서 번갈아가며 설거지를 했어요. 빨래는 내가 빨아주기만 하고 널어놓은 것은 남편과 아이들이 각자 찾아서 정리하도록 했고요.”
최근 남편(이춘기 화백)을 떠나보낸 그는 이제까지 이어온 작품 활동을 꽃피우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그림은 인생도 어느 정도 살아보고 인격적으로도 훈련이 된 칠십부터 비로소 제대로 그려지는 것이 아닐까요.” 그는 종종 미국에 있는 아들이 운영하는 보육원의 유리창에 온통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그림을 그려준다고 한다. “지금 이 나이에도 쓰임새가 있어서 좋지 뭐”라고 말하는 그는 무엇이든 마음먹은 것을 그려내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주보 표지화를 그리기도 하는 그는 해외선교 활동에도 열심이다. 오랜 기간 미술교육자로 일한 덕분에 미술선교가 수월하고 또 말보다는 그림으로 선교하는 것이 즐겁다는 그는 평균 1년에 2회 외국으로 미술선교를 하러 간다. 지난해에는 미국의 해외선교연구센터(OMSC) 초청으로 10개월간 예일대 교정 안에 있는 작업실에서 작품 활동 및 동양화 시범수업을 했다. 미국에서의 작업들을 모아 8월 25일까지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조촐하게 전시회도 가졌다. 미술평론가 김상철씨는 이번 전시작의 특징으로 “화면 가득히 넘쳐나는 정열적인 역동성”을 꼽았다.
내년 3월에는 노스캐롤라이나 지역으로 교회 벽화를 그리러 간다는 그는 자신의 다이어리와 이메일함 만큼이나 분주하고 그래서 더 뜨거운 그림을 구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