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은 만혼, 스트레스, 환경오염 등이 원인이라고 말해지고 있지만, 그 심각성에 비해서는 생태계 파괴 및 환경오염과의 관련성은 거의 천착되고 있지 못하다. 2008년 한국의 출산율은 1.19명으로 세계 최저다. 2000년대 들어 매년 신생아 출생 수가 43만~45만 명인 데 비해 불임 부부가 그 2.5배 이상에 달한다고 할 때, 이것은 육아에 대한 사회적 지원의 부재, 가부장적 가족문화와 더불어 불임이 저출산의 핵심 원인임을 말해준다.
이같이 기괴하리만치 높은 수치의 불임률은 우리로 하여금 이 문제를 생태적 재앙의 하나로 바라봐야 함을 말해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대책에는 이에 대한 인식이 거의 전무하다. 새만금, 천성산, 4대 강의 뭇 생명을 죽이는 개발주의는 불임의 문화에 다름이 아니다. 불임의 문화 속에서, 자연의 불임, 살해를 주도하는 인간이 어찌 다산의 풍요를 가질 수 있을까.
불임의 개발주의와 우리 인간의 불임이 동전의 앞뒷면임을 깨닫지 못하는, 세대 재생산의 최저 임계치에 이미 도달한 한국 사회는 ‘사회적·개인적인 자기 보존 능력’을 회복할 것 같지 않다. 세계 10위의 경제규모, 그러나 ‘환경지속성지수’는 146개국 중 122위(2005년), 육아와 사회적 노동을 양립하기에는 너무도 벅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길고 유일하게 연평균 2000 시간을 넘는 우리나라의 근로시간(2006년 2261시간), 이것들은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불임의 황무지가 얼마나 광대한지를 말해주는 지표다.
불임의 문화에서는 태어난 아이들도 힘들고 비실비실하다. 여성환경연대와 서울알레르기클리닉이 2007년 서울 신구로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조사에서 아토피 증상을 가진 어린이는 319명으로 29.3%로 나타났고, 아토피 증상이 의심되는 어린이도 16%에 달했다.
개발주의의 대세에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불임률은 20~30%로 계속해서 의기양양하게 상향 행군을 할 것이다. 용케 태어난 생명들의 비실비실함도 증가 추세로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