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 ‘잔혹 경쟁’ 어디까지 가나
한국 영화 ‘잔혹 경쟁’ 어디까지 가나
  •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8.20 14:20
  • 수정 2010-08-20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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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먹잇감’, 남성은 가해자·해결사 ‘이분법’ 구도
폭력 정당화·분노 전염…표현 수위에 사회적 합의 필요

 

“피가 난무한다”는 평을 듣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 여대생 관객들이 영화 관람을 망설이고 있다. ⓒ정대웅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피가 난무한다”는 평을 듣는 영화 ‘악마를 보았다’. 여대생 관객들이 영화 관람을 망설이고 있다. ⓒ정대웅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한국 영화의 ‘잔혹 경쟁’이 위험수위를 넘었다.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냉혈한 어린이 유괴범이 충무로의 단골 소재가 되면서 스크린을 ‘핏빛’으로 물들이는 잔혹 영화들이 관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 폭력성과 선정성의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잔혹 영화의 흥행 성적은 좋은 편이다. 4일 개봉된 원빈 주연의 ‘아저씨’는 개봉 13일 만에 250만 관객을 돌파했고, 제한상영가 판정을 두 번 받은 ‘악마를 보았다’도 개봉 7일 만에 87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순항 중이다.

특히 ‘웰메이드’ 잔혹물들이 여성은 피해자, 남성은 가해자 또는 해결사라는 전형적인 이분법적 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들 영화에서 여성은 남성에 의해 난도질되는 희생자에 불과하다. 납치되고, 강간당하고, 살해당하면서 철저히 ‘물화(物化)’된다. 남성 중심적 시각에서 다뤄진 잔혹물들이 대중의 인권 감수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대두된다.

◆여성 관객 고문하며 사회적 폭력 얘기?

영화평론가인 대구사이버대 심영섭 교수(상담심리학)는 “여성이 희생자로 등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극단적 피해자의 상징이 여성이기 때문”이라며 “욕망은 갖고 있지만 무기력한 약자의 상징이란 사회적 관점을 드러낸다”고 말했다.

영화평론가 권은선씨는 “‘추격자’ ‘아저씨’ ‘악마를 보았다’는 남성과 남성 사이의 극적인 대결을 다루는 과정에서 여성을 영화가 시작되기까지의 ‘도구’나 ‘매개체’로 그리고 있다”며 “남성 감독들이 여성을 어떻게 그릴지 관심조차 없기 때문에 여성관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잔혹물에서 여성은 ‘먹잇감’이다. 감정을 가진 인간이 아니라 착취되는 존재다. ‘악마를 보았다’가 그 정점이다. 비닐에 싸인 피 범벅된 육신은 흡사 정육점을 연상시킨다. 쇠사슬로 묶어 끌고 다니거나 “살려주세요, 제발…” 하며 울며 매달리는 임신부의 목을 댕강 자르기도 한다. 강간 묘사도 선정적이다. 치마를 들춰 속옷을 훑거나 간호복을 스스로 벗게 만들어 관음적인 시선으로 바라본다. 심지어 강간을 즐기는 엽기 여성 캐릭터도 나온다.

성매매 여성 묘사는 더 위험하다. ‘이끼’에선 포주가 성매매 여성들을 집단 감금해 불태워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반면 남성 주인공은 무능력한 공권력을 대신해 사적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영웅성을 획득한다. 남성들은 더 강하고 세지지만, 결국 무기력하다. ‘마초의 좌절’인 셈이다.

심 교수는 “남성 관객은 여성을 구하는 ‘판타지’ 경험을 하지만, 여성 관객은 가학 혹은 피학으로 치장된 잔혹물을 보고 사이코패스에게 동일시될 수 없어 불쾌해지면서 분열증에 빠진다”며 “왜 여성 관객을 ‘고문’하면서 사회적 폭력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영화가 ‘살인 도구’ 전시장으로

충무로의 ‘잔혹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스크린은 피로 철철 넘친다. 사지 절단과 신체 훼손이 이어진다. 시퍼런 회칼로 사람 몸을 난자하고, 살아 있는 사람의 입을 손으로 찢거나 이미 죽은 것이 뻔한 데도 수십 차례 쉬지 않고 ‘칼질’ 한다. 망치부터 정육점용 칼, 낫, 드라이버, 심지어 단두대까지 다양한 ‘살인 도구’가 전시된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2시간이란 제한된 시간 내에 캐릭터를 부각시켜야 하므로 현실을 10배 이상 증폭시켜 과장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일부 영화는 스토리 라인에 대한 자신 없는 감독이 개연성 없이 지나치게 잔인한 방식으로 표현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잔혹물이 극단·마니아 취향을 넘어 대중 상업영화의 흥행 코드로 유행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영화평론가 김소영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는 “아시아 영화가 해외 시장에서 마케팅 되는 방식이 유혈이 낭자한 ‘익스트림 시네마(extreme cinema)’인 것이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어린이·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

범죄심리학자인 이수정 교수(경기대)는 “성범죄가 선진국과 비교할 때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이고, 연쇄살인이 2000년대 들어 매년 한두 건씩 생기면서 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일반화됐다”며 “최근 잔혹물이 쏟아지는 것은 대중적 관심에 따른 결과론적 현상이지만 과도하게 사회불안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우려했다. 심영섭 교수는 “잔혹물이 사회적 폭력을 직접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은유되면서 폭력과 분노는 쉽게 전염된다”며 “대안과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폭력은 정당성을 갖는다”고 말했다.

◆청소년에 악영향·모방범죄 우려

김 교수는 “‘악마를 보았다’ 같은 폭력 과잉의 영화는 막장 드라마의 영화판”이라며 “국가가 공적 영역에서 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남성의 인간성이 망가지는 방식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평했다.

잔혹 영화들이 모방 범죄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일상적인 생활을 하는 보통 사람들과 달리 공격 성향이 높거나 고립된 이들이 폭력물에 노출되면 범죄심리를 키우거나 범행 수법을 모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극의 역치(반응을 얻기 위한 자극의 최소 강도)를 높여 웬만큼 큰 자극이 오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게 만든다는 지적도 높다. 처음 폭력물을 접할 때는 충격을 받지만 점차 감정이 둔감해지면서 더 높은 강도의 폭력을 요구하게 된다는 얘기다.

특히 스타일리시한 영상에 꽃미남이나 연기력이 뛰어난 톱스타들의 잔혹한 액션 장면을 담아 폭력을 미화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수정 교수는 “폭력 영화들이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심각하다”며 “표현의 자유는 중요한 가치지만, 인간성 말살을 일으킨다면 제한될 수 있다. 잔혹 폭력물에서 금해야 할 소재나 표현 수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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