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는 1999년 2월 제정된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이하 남녀차별금지법)’을 통해 남녀차별 피해자의 권익을 구제할 수 있는 준사법적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이로써 여성특위의 기능은 여성발전기본법에 의한 여성정책의 기획·종합 외에 남녀차별 금지·구제라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게 됐다.

남녀차별금지법은 2005년 3월 폐지되기까지 6년간 존속했다. 대한민국에서 지금까지 폐지된 1000여 개의 법률 중에서 아마도 최단명한 법이 아닌가 싶다. 헌법의 남녀평등 이념에 따라 ‘고용, 교육, 재화·시설·용역 등의 제공 및 이용, 법과 정책에 있어서 남녀차별을 금지하고 이로 인한 피해자의 권익을 구제함으로써 사회 모든 영역에서 남녀평등을 실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이 법은 특히 성희롱 문제를 남녀차별로 규정하고 정책 이슈로 부각하면서 사회적 관심과 논란을 증폭시켰다. 이 법의 시행 중간에 소관기관이었던 여성특위는 여성부로 승격(2001.1.29)하게 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정(2001.5.24)되면서 남녀차별금지법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다루는 인권의 범위 안에 성차별의 여성인권 문제가 포함된 것이다. 여성부의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국가인권위와 기능 중복의 문제가 지적됐지만 ‘따로 또 같이’ 약 4년간 병존했다. 남녀차별개선위원회는 일반 남녀차별 사건과 구분해 성희롱 사건은 새로운 유형의 남녀차별로 보아 별도의 소위원회에서 다루었다. 남녀차별개선위가 접수한 사건은 총 1137건이었으니 연평균 300건 정도 다룬 셈이다. 이 중에서 15% 정도가 시정권고를 받았다. 그러다가 여성부가 여성가족부로 개편되는 것을 계기로 남녀차별개선위의 업무는 국가인권위로 이관되고 남녀차별금지법은 폐지됐다.

다만, 공공기관의 성희롱 예방 업무는 국가인권위로 이관되지 않고 여성가족부의 업무로 남았다. 남녀차별금지법은 성희롱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환기시켰다. ‘재화·시설·용역 등의 제공 및 이용’에 있어서 남녀차별 금지·구제는 온천 여탕의 목욕수건 사건, 골프장 회원권 자격 남녀차별 시비, 기숙사 입사 선발기준 등 당시에는 생뚱맞다 하여 숱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지금은 어느새 지방자치단체마다 여자화장실이나 주차장 시설, 보도블록 등 공중시설의 제공 및 이용에 있어서 여성에 대한 차별 시정을 넘어 여성이 행복한 공간으로 만들어가는 분위기로 바뀌었다.

‘법과 정책에 있어서’ 소극적인 남녀차별 금지·구제는 ‘성별영향평가’라는 적극적인 정책 패러다임으로 발전했다.

즉,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소관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과정에서 당해 정책이 여성의 권익과 사회참여 등에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녀차별금지법은 비록 단명했지만 여성정책의 지형을 바꾸고 지평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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