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영화 한편이 상영되었다.모든 면에서 전무후무한 신기록을 세운 영화제목 일명 ‘죽어서 사랑받는 여자’.

관객은 전세계 거의 모든 사람.주연·조연 초호화 캐스팅.주연: 다

이애나 황태자비, 찰스 황태자, 플레이보이 도디 알 파예드.조연: 엘

리자베스 여왕, 윌리엄 왕자, 스펜서가의 사람들,파파라치, 경호원,

운전사, 리즈호텔 안전요원.

무대장치: 영국 리츠호텔, 버킹검궁, 파리 세느강변도로 알마광장의

지하터널. 소품: 메르세데스 벤츠 606S.이제까지 어떤 영화도 이와

비슷 조건을 갖춘적이 없었다.그러나 슬프게도 영화는 여주인공의

죽음으로 끝났다. 죽음은 모든 것을 미화시킨다.…유치원 보모로 일

하던 19세의 수줍던 처녀.왕자와 ‘세기의 결혼식’을 치룬 이후 그

녀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는 정반대.엄격한 왕실생활, 12년 연상의 찰

스 황태자와는 많은 것에 차이가 있었다. 무려 5번에 이르는 자살

기도, 거식증과 우울증. 결국 이혼할 수 밖에 없었던 다이애나. 그러

나 오히려 이혼후, 그녀는 의욕적으로 새로운 인생을 찾았다.낮에는

에이즈퇴치 모금운동, 지뢰금지 운동, 기아를 위한 모금 등 聖스러운

일에 많은 시간을 바쳤다. 그러나 밤이면 우아한 파티복 차림으로

돈많은 남자들의 팔짱을 끼고 나타나 性스러운 일에도 결코 소홀

하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누군가 생전의 그녀에게 물었다.

“도박을 해본 적이 있느냐?”그녀가 슬픈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

다.“나는 지금 카드가 아닌 내 인생을 걸고 도박을 하고 있다.”

…그녀가 죽은지 일주일 후 마더 테레사가 세상을 떠났다.다이애나

의 죽음으로 시끌벅쩍하던 세상이 갑자기 장엄한 ‘고요함’ 속으로

빠져든 것처럼 보였다. 깊게 패인 주름살 투성이 얼굴, 구부정한 어

깨, 언제봐도 그 옷에 그 모습. 가난한 이들의 어머니 마더 테레사

의 죽음은 우리에게 ‘찍’ 소리도 하지 못하게 했다. 그녀는 우리

가 지닌 ‘누추한 탐욕’을 고대로 보여주는 거울, 그 자체였기 때

문에. 그렇다. 다이애나의 죽음이 세계인을 6박7일간의 수다 속에

빠뜨렸다면 마더 테레사의 죽음은 세계인을 겸허한 침묵속에 빠뜨

렸다. 1910년 인도의 어느 식료품가게 딸로 태어난 마더 테레사.인

구 10억, 문맹률 60%, 통용되는 언어만도 무려 8백50가지.하루 최저

생계비 1달러에 못미치는 가난한 이들이 수두룩한 곳, 인도.가진 것

하나없이 살면서도 언제나 넉넉한 웃음으로 많은 이들에게 ‘희

망’을 나눠 준 마더 테레사. 어느 시사만화가는 두사람의 차이를

이렇게 표현했다.

마더 테레사가 ‘스카이 라운지’라면 다이애나는 ‘지하 룸살

롱’이라고.물론 어느 누구의 삶이 옳고 그르다라고 우리는 쉽게

정의내릴 수 없다.해당 본인이 아니고서는 아무도 ‘진실의 디테

일’을 알 수 없기 때문. 그러나 비슷한 경우를 상상해 보는 것은

우리의 자유에 속한다.만약 우리나라에 다이애나와 비슷한 일이 있

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자칫, 이혼녀의 불륜으로 추락시켜 버릴 수

도 있는 ‘일대사건’을 세기의 명화로 승격시킨 영국언론의 ‘국

익우선주의’는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그녀와 최후순간을 함께 한

도니 알 파예드.

세기의 플레이보이를 해부하는 것은 물론 그녀가 염문을 뿌려온

수많은 남자들의 뒷얘기 캐기에 아마도 바쁘지 않았을가?그래서 그

녀를 두번 세번 죽이지 않았을까? 죽음이 신성한 것은 그것이 완전

한 침묵이라는 것. 신이 아닌 다음 어느누구도 그 침묵을 깨트릴 수

없다.

다이애나는 지금 땅속에 누워있다.‘안녕, 영국의 장미여! 바람속의

촛불이여!’라고 오열하는 엘튼 존의 노래를 들으면 그녀의 차가운

육신에서도 뜨거운 눈물이 흐를 것 같다.우리는 왜 살아있을 때 잘

해주지 못하고 떠난 다음에, 죽은 다음에야 그 가치를 깨닫는가.

그녀가 살아 있을 때 세상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다만 움직이는

블랙박스, 스캔들의 상징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금세기 존재하는 사

람들중 가장 많이 사진이 찍힌 여자이기도 했던 다이애나. 그녀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우리 인생의 최고가치인 ‘자유’를 완전 상실

한 사람으로서 그녀가 당한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평

범한 보통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을 통해 느낀다.

“자유로운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그리고 살아 있을 때 서

로에게 잘해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그녀는 떠났다.영원 저편으

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아, 다이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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