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 무너질까 겁나요”

비가 내릴 때마다 당시 기억이 악몽처럼 떠오른다는 쌍둥이 할머니(73)를 만났다. 할머니는 이 연립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다.

“정확한 연도는 기억이 나지 않고 몇 년 전 장마철이었는데 한밤중에 ‘쾅’ 하는 소리에 놀라 나가보니 마당에는 집채만 한 돌과 토사로 꽉 차 있었다”고 말했다. 그날의 충격으로 담장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기울더니 지금의 모습이 됐다고 한다.

사고 당시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현장 조사를 나왔지만 지금처럼 담장이 망가지지도 않았고, 건물주도 이곳에 살지 않아 피해보상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담장 너머 산비탈은 흉물스럽게 파여 있어 당장이라도 토사를 쏟아낼 태세다. 무너진 축대를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담장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며, 인근 주택가까지 피해가 예상된다.

쌍둥이 할머니와 이웃 주민들은 산의 관리를 맡고 있는 관리 주체가 하루 빨리 대책을 세워 사후 약방문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